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임박했지만 공식적인 출마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철규 의원의 단독 출마로 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은 이 의원 추대론과 불가론이 충돌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구인난에 빠진 당은 당초 이달 3일 진행하려던 원내대표 선거를 일주일가량 늦춰 9일로 연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4월 30일)까지 아무도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출마선언 등을 통해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없다.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진의원들은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비윤’(비윤석열)계로 꼽히는 김도읍 의원은 지난달 28일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수도권 3선인 김성원 의원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 외 후보로 거론된 김태호·박대출·송석준·이종배·추경호 의원 등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반작용으로 ‘이철규 대세론’은 힘을 받고 있다. 단독 출마 및 추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출마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이 의원 추대론과 불가론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핵심 친윤이자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 다시 지도부로 나서는 데 대한 반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동작갑에 당선된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서 “이 의원이 그동안 주요 직책을 많이 맡으시다보니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단독 출마, 단독 당선 이런 모습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를 부인했다’는 질문엔 “진짜 기분 나쁘다. 또 그 얘기부터 얘기하니까”라며 “굉장히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이 연대설’은 ‘나경원 당 대표-이철규 원내대표’ 구도로 지도부 구성이 흘러갈 거란 내용이 핵심이다.
나 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이 연기된 데 대해선 “안타깝다”며 “많은 분들이 나와 건강하게 경쟁하고 비전도 얘기하고 그러는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출마선언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이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나온다고 하니까 친윤계의 강한 스크럼을 의식하고 소신을 못 펼치는데, 정치는 소신껏 하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과 경선하게 되면 친윤계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출마를 망설이는 것 아니냔 당 안팎의 지적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이다.
윤 의원은 “이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 상보다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분이 악역을 자처하겠다고 하는데 진짜 악역은 총선 참패에 책임지고 백의종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유상범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고 하면 당연히 당과 국가를 위해 본인이 희생한다는 자세로 맡는 것이지 영광의 자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도 아직까지 결정을 다 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다”라며 “다른 3선, 4선 의원들이 현재 원내대표를 출마하려는 의사를 보이는 분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