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일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학계와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추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원회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금융위는 기업이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패널 토론을 통해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토론회에는 유관기관, 투자자, 상장기업, 학계 대표 패널 총 10명이 참석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우선 시행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들을 추가적으로 보완하거나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관계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이드라인도 공시 제도이기 때문에 중복된 내용을 최소화하고, 정보 사용자 관점에서 재무적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1팀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전체 주주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이사회의 시각에서 실질적이고 진솔한 평가와 분석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형식적인 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잘 수립되고 활용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 대표 패널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한국 증시가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자본시장이 지금 굉장히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통해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의 중요한 과업 중에 하나다"라고 진단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밸류업이 증시 밸류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증시가 저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배주주가 가진 주식 하나의 가치와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일반 주주 주식의 한 주의 가치가 다르게 인식되는 부분 때문에 그런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대표 패널들은 가이드라인 지표와 참여하는 회사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금융업이나 지주회사 같이 설비 투자가 없는 업종과 제조업을 영위하는 업종은 주목하는 지표가 다르다"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특정 지표에 너무 매몰되면 불필요한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업종별로 세분화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건의했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띄고 있는데, 그러면 형식적으로 하게 된다"라며 "초반에는 의지가 있고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 중심으로 먼저 밀어주고,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이런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많은 투자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기업도 강제성을 느껴 참여하려고 하지만 기업홍보(IR) 전문 인력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주주 환원을 본격적으로 하기 어려운 기업도 많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주시고 눈높이에 맞는 평가를 해주신다고 하면 더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조금 더 부담감을 덜고 참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업무 세미나에서 제기된 사항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투자자, 시장 전문가 등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행하면서 추진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지속해서 운영 보안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날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뒤, 가이드라인이 기업 경영 관행·문화로 정착되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