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오피스를 중심으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업무용 빌딩 거래량이 최근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매도·매수 간 가격 눈높이 차이로 좀처럼 매듭짓지 못했던 거래들도 최근 들어 거래가 종결(딜 클로징)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는 총 346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3295건과 비교해 5.3% 상승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거래량은 24.3% 증가하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6개 분기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거래 금액도 늘었다. 1분기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금액은 8조575억 원으로 직전 분기(7조5331억 원) 대비 약 7%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58.7%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A급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매각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거래가 지지부진했던 매물들이 해가 바뀌며 주인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A급 프라임 오피스빌딩 아크플레이스를 7917억 원에 매각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지난해 10월 KB자산운용이 매입한 잠실 삼성SDS타워(8500억 원)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아크플레이스는 강남업무지구(GBD) 권역 핵심 빌딩이며 연면적 6만2725.3㎡, 지하 6층~지상 24층 규모로 강남 파이낸스센터와도 가깝다.
지난해 9월에 입찰을 실시해 코람코자산신탁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블랙스톤과 코람코자산신탁이 우협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하며 난항을 겪었다. 매각가가 원인이었다. 당초 코람코자산신탁이 희망했던 인수가는 7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은 가격 조정 끝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또 다른 A급 오피스 빌딩 '아이콘 역삼'도 최근 캡스톤자산운용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매각 금액은 21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아이콘 역삼은 연면적 1만9579㎡, 지하 7층~지상 15층 규모다. 2022년 매각이 기대됐으나, 매도 측이 3.3㎡당 4000만 원을 제시하자 원매자들이 가격이 높다며 인수를 포기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거래를 매듭짓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올해 '광화문 G타워'를 신한리츠운용에 매각했다. 2890억 원에 매각된 이 건물은 신라스테이가 포함된 연면적 3만4747.2㎡ 규모로, 지상 2~7층까지 오피스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퍼시픽자산운용은 코람코자산신탁에 약 3100억 원을 주고 '케이스퀘어시티' 빌딩을 인수했다. 케이스퀘어시티는 서울 중구에 소재한 곳으로 연면적 3만9624㎡,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금리 변동성이 줄어들자 가격협상이 용이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화 알스퀘어 팀장은 "금리 상승기인 2022년~2023년은 원매자와 매도인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매각을 철회하거나, 펀드 만기연장 사례가 많았다"며 "그런데 최근 매도·매수인 간 '가격 눈높이'가 맞춰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공실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임대료는 오르면서 상업업무용 빌딩이 안전 자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향도 크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4%였다. 전분기 대비 0.6%포인트(p) 증가했지만 통상 업계에서 보는 자연공실률(5%)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평균 명목임대료는 3.3㎡당 9만5000원으로 전분기보다 3.4% 올랐다. NOC(전용면적당 임대료)는 3.3㎡당 25만4000원으로 전분기보다 2.8% 상승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 전반의 회복을 선언하기는 이르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시장이 지난해 1분기 이후 증감을 반복하며 더디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당분간은 시장을 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