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의료대란’의 소용돌이에도 비교적 선방했지만, 장기화하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상장 제약사 대부분이 1분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다만 성장폭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매출 상위 5대 제약사(빅5)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가장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 4037억 원, 영업이익 766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1.8%, 27.9% 늘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북경한미의 역할이 컸다. 북경한미는 매출액 1277억 원, 영업이익 378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1%, 29.6% 증가한 규모다. 중국에서 폐렴과 독감이 유행하면서 주요 제품의 매출이 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연매출 ‘1조 클럽’ 입성을 목표로 세운 보령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 233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6% 늘었다. 영업이익은 163억 원으로 2.2% 성장했다.
핵심 품목인 ‘카나브패밀리’의 매출액은 381억 원으로 15.5% 늘었다. 항암사업부의 경우 ‘젬자’가 58억 원, ‘알림타’가 53억 원, ‘온베브지’가 11억 원으로 각각 두 자릿수 성장했다. HK이노엔과 손잡고 각 사의 신약인 ‘카나브’와 ‘케이캡’을 공동 판매하는 신규 코프로모션 효과도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별도기준 매출액 2966억 원, 영업이익 312억을 기록해 각각 1.5%, 0.6% 소폭 성장했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회사는 자체 개발 신약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의 1분기 처방액은 17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7% 증가했다.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는 24억 원의 처방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 종근당은 수익성이 역성장했다.
유한양행은 별도기준 1분기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68.4% 감소했다. 매출액은 4331억 원으로 0.4% 늘었다.
라이선스 수익이 줄어든 가운데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라이선스 수익은 지난해 1분기 5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5억 원으로 64.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는 350억 원에서 457억 원으로 30.4%, 광고선전비는 172억 원으로 217억 원으로 26.3% 각각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연결기준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50억 원이다. 매출액은 3568억 원으로 2.1% 증가했다.
회사는 자회사의 국내외 임상 진행으로 R&D 비용이 증가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마케팅 및 고정비가 반영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알리글로는 올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케이캡이 빠져나간 종근당은 1분기 별도기준 실적이 매출액 3535억 원, 영업이익 268억 원으로 각각 1.9%, 11.0% 줄었다. 케이캡의 공백으로 인한 매출 타격은 우려보단 크지 않았으나, 마진이 높은 케이캡의 자리를 도입 상품이 메꾸면서 수익성은 역성장했다.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불거진 의료대란에도 제약사 실적의 핵심인 전문의약품 매출은 대개 견조했다. 그러나 의대 교수 사직, 대학병원 휴진 등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제약사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1분기는 선방했지만, 의료대란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2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