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선진국 호주上] 우주기업 130개 '기초과학' 강국…NASA 직원, 서호주로 간다

입력 2024-05-13 05:00수정 2024-05-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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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 등 첫 발명 '과학기술 강국'
인구대비 가장 많은 노벨상 배출도
60여년 우주지상국ㆍ나사와 협력
SKAㆍ슈퍼컴퓨팅센터 등 연구
우주기술 적용 프로젝트 지속 활용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로 알려진 호주는 숨은 과학기술 강국이다. 전 세계인의 운명을 바꾼 페니실린, 구글맵, 인공 심박동기, 와이파이 등이 모두 호주에서 최초로 발명됐다. 호주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다. 한국 인구의 절반 밖에 안 되는 호주에서 과학기술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달 27일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둔 시점에 2018년 호주우주국(ASA)을 설립 후, 뉴스페이스 시대 민·관 합동으로 우주·국방 분야를 이끌고 있는 호주를 방문해 우주, 국방산업과 산학 시스템을 분석한다.

▲제임스 위엔(James Yuen) 서호주정부 우주 산업과장이 서호주의 우주산업 강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나리 기자)

서호주에 위치한 퍼스는 시드니로부터 비행기로 약 5시간 정도 걸리며, 호주 우주청(ASA)이 위치한 남호주까지도 비행기로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요 도시와의 근접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연구원들이 퍼스로 모여들고 있다. 서호주가 우주 산업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4월22일(현지시각) 서호주정부 청사에서 만난 제임스 위엔(James Yuen) 서호주정부 우주 산업과장은 “서호주는 60년 넘도록 우주지상국이나 나사와 협력하는 등 우주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세 명의 나사 출신 연구원이 서호주에 살았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NASA 출신 연구원 10명 정도가 서호주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서호주는 우주 전문가를 유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기존에 이주한 NASA 출신 연구원들이 주변에 퍼스를 추천하면서 쉽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호주 정부는 ‘BETTER, NEWER, GREENER’ 더 좋게, 더 새롭게 더 친환경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이 전문가들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호주에는 총 130개가 넘는 우주 관련 기업이 위치하고 있으며 천체학이나 천문학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들이 많다. 특히 서호주는 우주와 지상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해서 적용하는 데 강점이 있다.

그는 “우주와 지구 간의 교차 섹터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주 기술을 적용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드사이드 로보틱스는 우주 기술을 활용해 광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스파크는 원격 로봇 기술을 활용해 우주 탐사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호주에는 과학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호주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인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와 슈퍼컴퓨팅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위엔 과장은 “서호주에서 유명한 것이 ‘SKA’다. 13만1072개의 안테나를 512개 기지국에 설치해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측하는지 중요한 프로젝트로 완공 이후에는 민간뿐만 아니라 국방 시설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호주대학교 국제 전파 천문학 연구 센터 리처드 도슨(Richard Dodson) 박사가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인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나리 기자)

구상에만 30여 년이 걸린 SKA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방출되는 저·중 주파수 전파영역 전자기파 관측을 통해 우주의 생성 과정 등을 밝혀내는 게 목표다. 천문학계는 SKAO가 건설될 경우 우주 전체 물질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수소가 방출하는 전파 영역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호주대학교 국제 전파 천문학 연구 센터 리처드 도슨(Richard Dodson) 박사는 “SKA가 구현되면 현재 보유한 기술보다 100배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현존하는 전파망원경의 능력보다 1000배 많은 능력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A는 호주에 만들어진 'SKA-로우'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어지는 'SKA-미드', 고성능 슈퍼컴퓨터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할 SKA 영국 글로벌 본부로 구성된다. 현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회원국은 호주,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영국, 스페인 등 9개국이며 한국은 옵서버 국가로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상황이다. 단, 정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SKA 건설사업에 참여해 기술 개발과 관측 접근권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만큼 향후 참여가 기대된다. 이 계획에는 2024년 신규 사업에 착수하고 SKA 정회원 가입도 병행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포시 슈퍼컴퓨팅 센터 관계자가 슈퍼컴퓨터 센토닉을 소개하고 있다. (김나리 기자)

향후 SKA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은 퍼스에 위치한 포시 슈퍼컴퓨팅 연구센터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현재는 시제품인 머치슨 광역 전파망원경(MWA)의 데이터는 HPE Cray EX 슈퍼컴퓨터인 센토닉(Setonix)이 처리하고 있으며 SKA가 완공될 경우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구입해 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센토닉은 남반구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친환경적인 슈퍼컴퓨터다.

23일 포시 컴퓨팅 센터에서 만난 마크 그레이(Mark gray) 전략적 파트너십 책임자는 “MWA는 한 해에 40페타바이트(PB, 1페타바이트=1000조 바이트) 수준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으며 SKA의 경우 300PB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우리의 도전 과제는 ‘데이터 저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 그레이(Mark gray) 포시 컴퓨팅 센터 전략적 파트너십 책임자 (김나리 기자)

이 외에도 포시 슈퍼컴퓨팅 센터는 슈퍼컴퓨팅, 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및 시각화 분야의 서비스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천문학, 생명과학, 의학, 에너지, 자원, 인공 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4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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