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전문성ㆍ리더십 평가 높아
관리자적 성향 쿡과 유사…혁신성 부족 지적도
애플 팀 쿡(63) 최고경영자(CEO)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로 존 터너스(49)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탠퍼드 C 번스타인에서 20년 동안 애플 분석을 담당해온 토니 사코나기는 이날 “투자자들 사이에서 애플의 승계가 화두”라면서 “임원 명단을 보면 승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애플이 포괄적이고 신중한 승계 계획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애플의 차기 CEO 후보 얘기는 지난해 11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쿡 CEO가 내부 승계 원칙을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단 2011년 스티브 잡스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쿡이 향후 최소 3년은 더 맡을 것으로 쿡의 측근들은 내다봤다.
애플 내부에서는 차기 리더로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기기 카테고리를 창출시키며 성공 신화를 이뤄낸 애플에서 하드웨어 전문가인 터너스의 승계가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1년에 애플 제품디자인팀에 합류했다. 2013년부터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ㆍ아이패드ㆍ맥ㆍ에어팟 등의 모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분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사내 직원들뿐 아니라 쿡 CEO,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으로부터도 능력을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경영진과 가까운 한 인사는 “쿡 CEO는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매너가 매우 온화하고, 논란이 되는 내용을 이메일에 넣지 않으며, 의사 결정에 매우 진중한 터너스를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
터너스는 쿡 CEO처럼 관리자로서의 특성이 강하다. 애플의 크리스토퍼 스트링거 전 최고 하드웨어 디자이너는 터너스를 어떤 직책을 맡아도 실패한 적이 없는 ‘신뢰할 수 있는 손’이라고 불렀다. 특히 쿡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애플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이 동료들에게 터너스가 차기 CEO가 돼야 한다고 사적으로 말했다는 후문이다.
터너스가 차기 CEO가 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가 미래 준비나 과감한 기술 인수 등 혁신적인 면이 부족한 ‘정치적인 경영자’라고 지적한다. 가령 후대 애플워치에만 관여했지 스마트홈 전략을 개발하는 데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주요 제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플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은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애플 한 관계자는 “IBM처럼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정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들어오는 것인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CEO에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애플은 외부 임원급 인재를 융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많고, 워낙 컬트적인 조직문화 특성상 CEO는 내부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