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친정엄마’에 대한 공연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법원에서 각색 작가 이름을 극본 크레딧에 병기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11일 법조계와 공연계에 따르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문희 작가가 고혜정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을 열고 ‘프로그램북 등에 각색작가 이름을 병기하라’는 취지의 조정을 성립시켰다.
이에 따라 이달 26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공연이 예정된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은 당장 13일부터 극본 크레딧에 원작자 고혜정 작가와 함께 각색을 맡은 문희 작가의 이름을 병기해야 한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2005년 원작자인 고혜정 작가가 자신의 수필을 50쪽 분량의 연극 대본으로 집필하면서 태동한 작품이다.
당시 제작사는 연극 무대에 적합한 형태로 대본을 가다듬기 위해 2007년 문 작가와 각색 계약을 맺었고, 문 작가는 5회에 걸친 수정 끝에 ‘서울댁’처럼 초고에 없던 캐릭터를 창조했다. 당초 연대기 순서로 구성됐던 이야기도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문 작가 측에 따르면 ‘엄마’가 병에 걸렸음에도 딸을 위해 희생한다는 설정, ‘엄마’가 딸의 시아버지 생신상 차리는 일을 도와준다는 연극적 에피소드도 새롭게 도입됐다.
문제는 ‘친정엄마’가 연극을 넘어 뮤지컬로까지 제작되면서 불거진다.
문 작가가 창조한 ‘서울댁’ 등 캐릭터와 에피소드, 연극무대에 적합한 조명 등을 표시한 지문이 담긴 대본이 사전협의 없이 그대로 뮤지컬 공연에 사용됐고 공연수익도 전혀 분배되지 않은 것이다.
문 작가는 2011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고 작가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작가의 공동저작은 인정하되, 원작자 역시 공동저작자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저작권 ‘행사방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한 문 작가가 2350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뮤지컬 ‘친정엄마’가 공연되기 시작했고, 문 작가가 창조한 ‘서울댁’ 등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또다시 협의 없이 사용되면서 이번 가처분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10일 가처분 심문에 참석한 고 작가 측 법률대리인은 당초 “채권자(문 작가)가 창작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장이 “이미 이 사건과 관련된 확정된 형사사건 판결이 존재하고 (두 작가의) 공동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았나.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재판부는 조정을 권고하면서 ‘남은 공연기간 만이라도 극본 크레딧에 문 작가 이름을 병기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고, 양측이 이를 수용하며 종결됐다.
문 작가 측은 이후 침해된 공동저작자로서의 권리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조정절차 이후 문 작가는 “’친정엄마’는 고 작가님과 친정엄마 사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인 작품이지만, 각색을 거치면서 대사 중에 ‘넌 익은 김치만 먹잖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건 나와 내 친정엄마의 에피소드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대사들이 (주인 없는 문장처럼) 짜깁기 돼 사용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