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계대출 5조1000억 증가…역대 4월 중 세 번째로 커
주담대,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 전환
“주택 매매거래 증가 및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재원 공급 확대”
IIF 집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98.9%…“경제적 의미보다 추세봐야”
한국은행은 13일 ‘2024년 4월 중 금융시장동향’을 통해 지난달 가계대출은 5조1000억 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3조3000억 원)에서 2월(1조9000억 원)에 감소 전환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4월 기준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4월 중에서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던 때는 2020년 4월(27조9000억 원)이다.
주택담보대출(4조5000억 원, 이하 주담대)도 증가로 방향을 바꿨다. 작년 11월(5조7000억 원)에서 12월(5조1000억 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늘었다.
한은은 주담대 증가 배경으로 주택 매매거래 증가,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 재원 공급분 확대를 꼽았다. 지난달 주택도시기금의 구입·전세자금 대출이 은행 재원을 활용한 이차보전 방식으로도 상당 부분 공급됐다는 것이다.
원지환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거래가 계속 올해 들어 다시 늘고 있다”며 “주택매매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미치면서 증가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의 경우 3월엔 자체 재원분으로 공급돼 가계대출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은행 재원의 규모 등을 고려하고, 과거 은행의 자체 재원 공급흐름을 감안해 평가하면 (주담대가) 크게 증가한 흐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6000억 원 증가했다. 작년 11월(-4000억 원)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흐름이 바뀐 것이다. 한은은 신용대출 상환 규모 축소, 전월의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 소멸 등으로 소폭 증가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기업대출(11조9000억 원)은 전월(10조4000억 원)에 이어 10조 원을 웃돌았다. 대기업 대출(6조5000억 원)은 4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집계됐다. 4월에 대기업 대출이 가장 크게 증가했던 시기는 2020년 4월(11조2000억 원)이다.
중소기업대출(5조4000억 원)은 전월(6조2000억 원)보다 증가폭은 축소됐지만 증가 추세는 이어갔다. 중소기업대출 증가분에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 차장은 “대기업대출은 배당금 지급 관련 자금 수요,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으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중소기업대출은 은행들의 대출 영업 강화,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32조8000억 원 감소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45조 원)이 부가세 납부,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한 기업자금 인출 등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기예금(-4조7000억 원)도 전월에 이어 감소했다. 가계자금 예치가 지속됐으나 만기도래한 법인예금이 유출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집계됐다. 한은은 이달 21일 ‘2024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다음달 5일 ‘2024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원지환 차장은 “1분기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구체적인 수치는 가계신용통계, 다음달 초에 발표 예정인 명목GDP 수치를 기준으로 추산해야 할 것 같다”며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질까, 아니면 오를까에 대한 판단의 경계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이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흐름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차장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이상이냐, 이하냐에 대해서 경제적인 학계 등에서 공론화되는 숫자라기보다 ‘100’이란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100% 이상, 이하냐보다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꾸준히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하락하는 추세로 있느냐 없느냐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적인 수치에 대해 큰 경제적인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실물경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지 평가·판단하는 지표라고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