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가 정치권에서는 공방 소재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시점에, 정치권은 정부 책임 공방에 몰두해서다. 21대 국회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관련 상임위는 멈췄다.
13일 국회 상황을 종합하면 라인야후 사태를 놓고 여야는 이날도 치열하게 다퉜다. 쟁점은 이른바 '반일 선동'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매국 정부, 매국 정당'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일 감정 고조'라고 맞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십 수년간 디지털 영토 확장을 위해 뛰어온 우리 기업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지경에 놓였는데, 진중하게 국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대가 일본이라서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 대응 방침을 비판했다.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외교통일위 간사가 12일 라인야후 사태 관련 상임위 개최 요구를 했으나,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박 원내대표는 "강도가 코 베어 가는데, 두 눈 멀쩡히 뜨고 보고만 있겠다는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취해야 할 적절한 태도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국익과 우리 기업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매국 정당' 주장에 대해서는 "제2의 죽창가가 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인야후 사태를 빌미로 반일 공세에 나서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민간과 정치권(국회 및 정부)이 참여하는 범정부 TF(태스크포스) 구성과 한일 양국 공동조사가 이뤄지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토 히로부미 손자가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을 침탈했다'는 취지의 주장과 관련 "논리적, 합리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너는 나쁜 조상의 후손이니까 나빠' 식의 감정만 건드리는 포퓰리즘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관련 상임위(과방위·외통위) 개최 주장에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관련 상임위에서 라인야후 사태가) 반일 선동 소재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촌각을 다투는 비상 상황에 유관 상임위라는 명목하에 기업 CEO를 여의도에 불러들여, 훈계하며 시간을 뺏는 촌극은 오히려 기업을 죽이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며 야당의 상임위 개최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라인야후 사태 관련 여론이 악화하는 분위기로 치달으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는 13일 "우리는 이미 민간과 정부, 국회를 포함한 범국가적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며 "만일 기구 구성에 시간이 걸린다면 국회가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네이버 자본관계 변경 요구(지분 매각) 관련 행정지도 진위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대한 적절성과 위법성 및 다른 동일 사례 대비 차별적 요소의 존재 여부 △일본 내 라인 사업(라인야후 이전) 전반에서 차별적 행위나 부당한 일본 정부 압력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