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양 밸류씨앤아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코스닥 기업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힘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앞으로 중소 코스닥 기업들의 자율공시 확대 요구로 점차 기업들의 공시 부담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현재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띄우기에 한창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증시 밸류업을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상장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도록 하고, 이를 끌어내기 위해 당국에서도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골자다.
시장에선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초기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제도가 정착되고 밸류업 관련 공시로 인해 주가 상승이 시작되면 결국 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요구가 점차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시 등 기반이 갖춰진 회사에선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한 담당자가 자율공시를 확대할 경우 리스크가 가중된다는 점이다. 2019년 5월 한국거래소가 공시대리 업무를 기존 상장외국법인에서 국내 기업(중소·신규상장기업)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공시대리인 제도를 할용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임 대표는 약 25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2000년부터 진정한 기업가치를 발굴하겠다는 일념하에 200여 건이 넘는 IPO(기업공개) 컨설팅을 진행한 것 같네요”라고 운을 뗐다.
임 대표는 “우리 밸류씨앤아이는 ‘Value Creative & Innovative’의 약자로 회사 이름에서부터 그 정체성이 명확하다”면서 “기업가치를 창조하고 혁신하자는 의미로, 기업은행, 네이버, 한미반도체 같은 대기업들과 미국, 중국 등 해외기업들의 IPO 컨설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마지막으로 IPO IR(기업설명회) 활동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밸류씨앤아이는 IPO뿐 아니라 공시업무도 함께 진행했는데, 중국기업과 코스닥 기업의 ‘국내 1호 공시대리’ 타이틀은 모두 이 회사가 가지고 있다.
임 대표는 “2008년 국내 1호 중국 기업 상장이 계기가 돼 공시업무를 대행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해외 기업의 경우엔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공시대리 업무를 할 수 있어, 당사에서 이미 그때부터 공시대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약 40여 개의 국내 코넥스 기업의 공시자문을 맡았고, 2019년엔 국내 코스닥 기업들의 공시대리가 가능하게 되면서 국내 1호 공시 대리도 우리가 수행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공시대리 전문기업으로 완전 탈바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설명대로 2019년에 공시대리 업무가 코스닥 기업 등으로 확대됐으나 이를 활용하는 회사는 크게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기업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서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게 원인이기도 하다. 일부 회사에선 공시의 중요성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는 점도 공시대리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이다.
이에 코스닥 상장기업 중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연초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34곳으로 전년 동기(24곳) 대비 10곳 증가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1곳에서 9곳으로 감소했다. 특히 불성실 공시 사유에 따라 거래소가 벌점을 부과하는데, 코스피는 10점, 코스닥은 8점 이상이면 매매가 1일간 정지된다. 또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으면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임규양 대표는 “공시 오류나 누락 등으로 불성실공시기업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공시 대리인 제도가 중소형 코스닥 상장사들이 느끼는 공시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고객사들만 해도 대리인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 재계약률이 70%를 넘어선다”면서 “공시 담당자의 이직으로 업무공백이 생겼으나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곳 등에선 반드시 ‘공시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밸류씨앤아이에 붙는 ‘업계 최초, 업계 최다, 업계 최장’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본시장 성장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임 대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다양한 상장사에서 기획·회계·공시 등의 경험을 지닌 베테랑 컨설턴트들이 함께 뛸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성장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