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장성 주력사, 역대급 실적
경쟁력 밀린 생보사 저조한 성적표
올해 1분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을 주력해서 팔았던 대형 손보사들은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써냈고 회계 변경에 따른 일회성 손실과 상품경쟁력이 밀린 생보사들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 1위인 삼성생명이 이날 발표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7391억 원) 대비 10.3% 감소한 6633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15.4% 줄어든 74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측은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 780억 원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1분기 퇴직연금 해지 패널티 이익과 저이원채 교체 매매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보생명도 1분기 당기순익이 293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786억 원)과 비교해 38.7% 감소한 수치다. 투자손익도 유가증권 평가손익 감소로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전날 한화생명은 지난해 1분기보다 36.5% 감소(3683억 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1분기 신계약 CSM은 5154억 원으로 전년 동기(5440억 원) 대비 5.26% 줄어들었다. 올해 초 과열 경쟁을 일으킨 단기납 종신보험 탓에 신계약 CSM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생보사들의 순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IFRS17 도입 후 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바뀐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IBNR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으나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아 지급될 것으로 추정하는 보험금으로 책임준비금 중 지급준비금으로 편성된다. 보험금 청구시점이 보험사고일자로 바뀌게 되면서 지급준비금도 많이 쌓아야 된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저축성 및 종신보험 판매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들은 모두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FRS17 변경으로 회계상 유리하게 반영되는 장기인보험 위주의 영업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암보험이나 간병보험 등 수수료가 높고 납입기간이 긴 장기보험은 새 제도에 따라 수익성이 좋은 보험으로 인식돼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잡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1분기 순익은 70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성장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DB손보는 1년 새 30.4% 증가한 5834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도 47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51.3% 폭증했고 KB손보 역시 15.1% 늘어난 2922억 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메리츠화재도 4909억 원의 순익을 달성, 전년 동기 23.8% 증가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