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업대출은 11조9000억 증가
당국, 기술신용평가 기준 높인 영향도
은행, 중기 연체율 급등에 리스크 관리
벤처·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1년 새 20조 원 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높이면서 심사가 까다로워진 가운데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다.
1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기준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72만87건으로 전년 동월(83만1425건) 대비 18.3%(11만1338건) 줄었다. 지난해 4월 82만3753건을 기록한 기술신용대출은 다음달인 5월(78만5360건)부터 월 평균 70만 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술신용대출 잔액과 평가액도 감소했다. 3월 기준 잔액은 308조95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9조573억 원) 보다 20조1071억 원(6.1%) 줄었다. 이 기간 평가액(신규·증액대출)은 4.5% 감소한 234조426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술신용대출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다. 은행은 기술신용평가기관이 발급한 평가서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를 우대해준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우리은행(-29.5%)이 가장 많이 축소했고 하나은행(-26.62%), 국민은행(-24.87%), 신한은행( -11.9%)순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5.98% 늘었다.
이는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은행들의 영업 전략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대출은 11조9000억 원 급증했다. 2022년 10월(13조7000억 원)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4월 기준으로는 2020년(27조9000억 원)과 2022년(12조1000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은행들은 기술신용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지면서 건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8월 기술신용대출의 담보 역할을 하는 TCB 발급 기준을 강화했다.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기업이 기술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제도 혜택 대상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등으로 명확히 하면서 대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기술신용대출 기준 문턱은 한차례 더 높아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기술신용평가 내실화를 다지기 위한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기업 평가 시 현지조사·세부평가 의견 작성 의무화와 기술평가 등급 판정 기준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기술기업에 대해 관대한 등급을 주는 등 허술하게 운영됐던 관행들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중소기업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년 동월(0.35%) 대비 0.1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0.11%)은 0.02%p 오른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8%)은 0.17%p 뛰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에는 기술 신용대출 건수를 늘리기 위해 기술이라고 볼 수 없는 기업에도 돈을 내줬다면 이제는 꼭 받아야 할 곳에 나가도록 하고 있어 건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