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굳힌 모더나…코로나19 백신에 암, 희귀질환까지 잠재력 무궁무진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되면서 최초로 상업화됐지만, 바이러스뿐 아니라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 적용될 수 있어 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mRNA 기술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모더나가 유럽 지역에서 글로벌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벌였던 특허 분쟁에서 최종 승리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양 측은 모두 mRNA 기술에 기반을 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전 세계에 공급한 바 있으며, 현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에서도 mRNA 특허 관련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모더나는 이번 유럽특허청의 판단에 따라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mRNA 기술 선구자의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다른 국가에서 예정된 향후 판결에 이번 승리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모더나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모더나스파이크박스’로 2022년 한해에만 184억 달러(25조1123억 원)를 벌어들였다. 같은 해 한국 백신 시장의 총 규모 약 3억7300달러(5090억 원)의 49배에 달하는 수치다.
mRNA 백신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 새겨진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 세포가 이를 학습하게 만드는 기전이다. 일찍이 백신 시장에서 상용화했던 ‘사백신’ 또는 ‘생백신’은 실제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획득하는 원리였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새로운 백신을 신속히 개발·대량생산할 수 있다. 또한, 암과 희귀질환 등 정복되지 않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모더나는 MSD와 mRNA 기술에 기반을 둬 수술 후 재발을 막는 ‘암 백신’ 후보물질 ‘mRNA-4157/V940’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mRNA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들은 2021년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구성해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이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에스티팜이 주도적으로 개발 중인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STP2104’은 현재 1상을 마무리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서도 바이오 기업 중심의 ‘mRNA 바이오 벤처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해당 조직에는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보령바이오파마 등이 참여했다. 현재 아이진이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EG-COVII’의 1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mRNA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2022년부터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최대 1억4000만 달러(1910억 원)를 지원받는 내용의 mRNA 백신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도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정부는 mRNA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2027년까지 국내 기업의 독자적인 mRNA 기술이 적용된 백신을 개발해, 향후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망 기업들을 선정, 임상시험부터 후보물질 생산까지 연구·개발 과정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mRNA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면 향후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 분야에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잠재적 가치가 크다”라며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mRNA 백신 자체에서는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핵심 기술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연구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