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기준으론 4.7조 사들여 여전히 순매수 1위
“외인 순매수 전환 가능” 미래에셋증권·SK증권 목표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고전하며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전자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으나,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 수요 상승 국면에서 삼성전자가 HBM 공급 부족을 메꿀 것으로 보고 오히려 목표가를 높이는 곳이 나온다.
27일 오후 2시 7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45%(1100원) 내린 7만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한때 7만4000원까지 떨어지며 낙폭을 키우다 소폭 오른 상태다.
외인은 이달 들어 4248억 원어치를 팔아 순매도 1위를 기록했다. 기관 투자자들도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248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순매도 규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증권가에선 순매수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나온다. 올해 3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4조6578억 원 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순매수 1위 규모다. 외인 순매수 2위인 현대차(1조7136억 원), 3위 SK하이닉스(1조5032억 원)과 비교해 여전히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HBM3E 가이던스를 신뢰할 것을 조언하며 삼성전자에 대해 ‘비중확대’를 권고했다. 목표주가는 11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중금리가 더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달러 강세가 더 진행된 상황도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포지션도 순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 반등 가능성 고려할 필요 있는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SK증권은 AI 수요 상승 국면에서 HBM 수급 부족 현상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키울 거라고 진단하며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높여 잡았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강세 속에 HBM 공정 난이도 급증에 따른 공급제약, 경쟁자들의 단기 추가 대응 여력의 한계 등으로 인한 HBM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당위성을 높이는 요소”라며 “고객사들의 AI 수요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서는 HBM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삼성전자 HBM3E 테스트 관련 이슈도 실패했다는 판단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부 최종 신뢰성 평가(Qual)도 안 된 제품을 샘플로 제출할 정도의 영세사업자가 아니다”라며 “엔비디아의 극한 환경에서 필드 테스트한 결과 일부 결점이 발견됐을 수 있으나, 그런 문제는 상호 간 협의의 영역이며 일부 부족한 스펙을 계약 조건으로 보완할 수도 있으며 넘치는 스펙이라면 보장 물량과 기간을 늘리는 방안 또한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물량이 많고, 솔벤더(Sole vendor) 방식은 위험성이 있다”며 “마이크론을 2차 벤더로 사용하기에는 생산능력(CAPA)이 20K 수준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HBM3E 가이던스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이 TSMC, SK하이닉스, 어드반테스트와 함께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삼성전자에도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3월말 영업이익은 180억 달러로 컨센서스 대비 9.6%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69.3%로 컨센서스 대비 2.6%p 높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향후 4개 분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동반 상향 조정됐다”며 “삼성전자도 지난 2개 분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