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게임사 모니터링ㆍ제재도 미흡…"범죄인식 부족…강력 차단해야"
중국 모바일 게임의 ‘핵(Hack) 프로그램(게임 내 비인가 프로그램)’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중 게임 내 아이템을 얻는 확률을 조작할 수 있는 ‘확률 핵’까지 등장했다. 핵은 통상 게임 내 해킹프로그램이다. 게임사가 설정한 동작과 다른 동작을 허용함으로써 다른 유저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보다 많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공정한 게임의 질서가 파괴되면서 일반 유저들이 떠나고, 흥행이 망가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디스코드·텔레그램 등에서 중국 모바일 게임 핵이 거래되고 있는 드러났다. 현재 중국 게임들의 주요 앱마켓 매출 점유율이 30%까지 치솟는 등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 디스코드 서버(방)에는 중국 게임사 조이나이스게임즈의 ‘버섯커키우기’의 핵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동료·펫 공격의 데미지 계수를 최대 ‘999999999’까지 원하는 설정값으로 변경할 수 있는 ‘데미지 핵’이었다. 스킬 쿨타임으로 ‘0’으로 만드는 ‘쿨타임 핵’과 골드 채굴을 용이하게 하는 ‘골드 핵’도 있었다.
게임의 확률 수치를 변형하는 ‘확률 핵’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희귀한 장비의 획득 확률을 높이는 데 쓰인다. 디스코드 운영자는 서버에서 “인 게임에서는 0.2% 장비 획득 확률이, 핵 프로그램을 쓰면 2.6~2.8배 증가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사항에는 “‘자체 스푸핑(네트워크에서 허가된 주소로 가장해 접근 제어를 우회하는 공격) 기능’을 탑재해 불법 프로그램이 감지됐다는 경고가 나오더라도 무시할 수 있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가격은 골드 핵 2만 원, 확률 핵이 3만 원, 모든 기능을 종합한 세트가 9만 원이었다.
또 다른 중국 게임인 호요버스의 ‘원신’ 핵 프로그램도 온라인상에 있었다. 한 웹사이트에서는 ‘치트모드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버그판 다운로드 링크를 공유했다. 퍼스트펀의 ‘라스트워: 서바이벌’도 핵이 포착돼 공식 사이트·커뮤니티 등에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은 게임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찾아내 제재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게임의 경우 게임사 자체의 모니터링 노력이 적고, 핵 이용 유저에 대한 제재도 미흡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저들이 핵을 신고해서 적발하거나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했을 때 비정상 플레이로 판단될 경우 계정을 제재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핵을 현실적으로 다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온라인대응팀을 꾸려 불법 프로그램을 적발하고 있다. 게임위는 2019년부터 지난 해까지 5년간 불법 프로그램 2만6925건에 대해 시정요청 및 차단 조처를 내렸다. 이 중 혐의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138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관련 법적 처벌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핵이 유입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핵을 배포한 사람 뿐만 아니라 핵을 이용한 사람들까지도 강력 처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불법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용자에 대해선 어떠한 처벌도 명시되지 않는다는 점이 제도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철우 게임 전문변호사는 “형사 제재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문화 및 의식 교육을 통해 핵을 이용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