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구리 기업 탄생 불발…BHP, 67조원 규모 앵글로 인수 손 털어

입력 2024-05-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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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이견·남아공 규제 등 발목 잡아
3차례 시도 무산…규정상 6개월간 재협상 불가
치솟는 구리 수요에 앵글로 콧대 높아져

▲광부 피규어 너머로 BHP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 BHP그룹이 영국 경쟁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하 앵글로)을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세계 1위 구리 기업 탄생이 불발됐다.

29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마이크 헨리 BHP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BHP는 앵글로에 인수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헨리 CEO는 “앵글로아메리칸을 향한 우리의 제안이 양쪽 주주 모두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강력한 기회라고 믿었다”며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규제 위험과 비용 측면에서 앵글로 측과 구체적인 견해에 합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BHP는 전기자동차, 전력망, 풍력 터빈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구리가 주목을 받자 앵글로의 구리 광산에 눈독을 들였다. 이후 양사는 인수 논의에 들어갔다.

그렇게 6주 동안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처음 BHP가 인수가액으로 311억 파운드를 제시하자 앵글로 측은 협상을 거부했다. 이달 초 BHP가 두 번째로 340억 파운드를 제안하고 지난주 최종 가액은 386억 파운드(약 67조 원)까지 올랐지만,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막대한 수요에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앵글로 측이 인수가가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주 구리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톤(t)당 1만1000달러를 돌파했다.

남아공 내 백금과 철광석 사업을 분리해야 하는 복잡한 거래 구조도 발목을 잡았다. BHP는 앵글로가 두 사업을 담당하는 상장사들을 분할하기를 바랐다. 일각에선 구리와 무관한 두 사업을 털어내 인수가액을 낮추려는 의도로 봤다. 그러나 앵글로는 ‘상당한 불확실성’과 ‘경영진의 위험’을 이유로 거절했다. 로이터통신은 BHP가 요구한 거래 구조가 협상이 엎어진 주된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후 BHP는 협상 시한을 일주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앵글로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앵글로는 “이사회가 기한을 더 연장할 근거가 없다고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렇게 앵글로는 총 세 차례에 걸쳐 BHP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영국 규정에 따라 또 다른 기업의 제안이 없는 이상 양사 협상은 최소 6개월간 진행될 수 없게 됐다.

BHP는 현재 약 12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하고 있다. 앵글로의 약 83만 톤을 더하면 10%의 점유율로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에 등극할 수 있었지만, 거래가 불발되면서 어렵게 됐다.

데이터 제공업체 LSEG에 따르면 미국 프리포트맥모란이 세계 1위 구리 생산업체이고 BHP는 2위, 앵글로는 칠레 국영 코델코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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