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위로받는 도시" "개성 있고 계절적 변화 담아서"
요즘 ‘서울의 정원사’를 자처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었다. “시민들이 더 많이 행복해지고,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정원도시 서울’을 만들고 싶은데 묘수가 뭘까요.” 대한민국 1호 여성조경가로, 지난해 ‘조경계의 노벨상’을 수상한 정영선 작가가 답했다. “개성 있고 계절적 변화도 담기면서 무엇보다 시민들이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면 좋겠어요.”
3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마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정원도시 서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에게 ‘치유의 정원’을 선물해주고 싶은 오 시장은 학구열에 불탔고, ‘베테랑’ 정 작가는 50년 세월이 빚어낸 혜안을 들려줬다.
정 작가는 1975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1기)를 졸업하고 1980년 국내 여성 1호로 국토개발기술사(조경)를 취득했다. 이후 조경설계 서안(주) 대표, 서울대 조경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작년 9월엔 ‘조경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작으로는 예술의 전당(1984), 샛강생태공원(1997), 선유도공원(2002), 청계광장(2005), 경춘선숲길(2016), 아모레퍼시픽 신사옥(2016), 디올성수(2023) 등이 있다.
오 시장은 “서울이 한강이라는 밑천이 있고 산이 또 좋다”며 “산과 강이 어우러진 대도시는 많지 않다”고 했다. 서울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시민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지 묻자 정 작가는 “우리나라가 어딜 가서 보더라도 고궁, 산, 역사가 계속 얽혀 있다”면서 “이걸 잘 연결시켜 시민들이 적용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주고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리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가진 자산인 한강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한강이 너무 아깝다. 이런 곳이 없다”면서도 “다양성이 없고 꽃이 흐드러지게 있거나 식물이 풍부한 공간이 없고 녹지는 녹지대로 있고 사람은 사람대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강이나 강 옆 고수부지, 이런 주변에 있는 것들이 공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것을 잘 다듬어서 시민들이 많이 걸어 다니며 산천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어린이대공원 역시 어떻게 쓸지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 시장은 “이번에 뚝섬에서 정원박람회를 했는데 다음은 서남쪽으로 가서 보라매공원 쪽을 생각하고 있고 동북권으로 다시 오면 어린이대공원도 좋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