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때 주식 매수 경쟁에 주가 치솟아
“단기 급등 후 되돌림 반복…베팅 주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로 SK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커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상장회사에서 경영권 갈등이 발생하면 종종 주가가 상승한다. 다만, 주가 상승 이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분쟁이 길어지면 회사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베팅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우는 지난달 31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9.96% 오른 17만7000원에 마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 결과가 나온 30일 8.53% 뛴 것에 이어 다음 날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것이다. SK도 31일 전장 대비 11.45% 오른 17만6200원에 마감했다. 전일 9.26%로 상승한 이후 이어 이틀간 21.8% 뛴 것이다.
SK 관련 주가가 급등한 것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져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노 관장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적시하고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시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매각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 회장이 가진 SK의 지분은 17.7%로 그 외 SK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 자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형태다. 2심 판단이 유지돼 최 회장이 주식을 팔아 재산분할액을 지급한다면 그의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된다.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재 그룹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SK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유 현금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자금 일부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29.4%) 매각, 주식담보 대출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더러 발생한다. 회사 경영권을 두고 지키고 뺏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돈을 더 주더라도 사려는 경쟁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분쟁의 승패는 오직 보유 주식 비율로 결정이 나는데 서로 이기기 위해 주식 매입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시장에 매수 물량이 많이 늘어날 수 있고 결국 주가가 오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스엠은 지난해 3월 8일 경영권 갈등에 카카오와 하이브가 끼어들면서 장중 16만12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해 3월 LG의 주가도 뛰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이 다시 재산분할을 하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 사실이 알려진 날 LG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과거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당시에도 한진칼 주가가 4배 넘게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다만, 경영권 분쟁주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해도 분쟁이 마무리되면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관장 측이 당초 ‘우호 지분으로 남길 원한다’는 입장에서 ‘정해진 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정정하면서 SK의 주가변동성도 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주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수 있지만 금세 급락하기도 한다”며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는 데다 길게 보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