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정 시스템 구축 입찰서 담합, 8년간 334건 달해…공정위 "반도체 경쟁력 약화 영향"
삼성SDS가 발주하는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입찰에서 300건이 넘게 담합을 벌인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제조업 등 12개 업체의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5900만 원 부과를 경정했다고 2일 밝혔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는 피에스이엔지(대안씨앤아이), 두타아이티, 메카테크놀러지, 아인스텍, 창공에프에이, 창성에이스산업,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 타스코, 파워텔레콤, 한텍, 한화컨버전스, 협성기전 등이다.
제어감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장 내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유독가스 누출 등을 감시하고 위험 상황 발생 시 근로자들의 신속 대피를 돕는 SMCS, 화학물질 배출 장치를 감시·제어하는 PCS, 반도체 제조를 위한 최적 온도와 환경을 유지하는 FMCS 등이 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반도체 제조원가에도 반영된다.
삼성SDS는 제어판넬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통신 공사 등 품목 중 일부를 주로 삼성전자에서 위탁받아 발주하고 있다.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2015년부터 원가절감 차원에서 실질적인 경쟁입찰로 변경했다.
이들 업체들은 입찰 방식이 바뀌자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담합행위를 시작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삼성SDS가 발주한 334건의 입찰에서 유선 연락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 등을 합의했다. 낙찰예정자가 들러리를 서는 업체에게 견적서나 투찰 가격을 전달하면 이 내용대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유발됐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피에스이엔지(대안씨앤아이) 24억2100만 원, 한텍 20억3700만 원, 타스코 20억2300만 원 등 총 104억59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고질적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됐다"며 "중간재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