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상속세 부담에 제도 개선 촉구”
주가 저평가‧가업 승계 저해 등 우려점
경제단체들이 잇달아 상속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무려 50%에 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총은 우리 기업들이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 넘게 유지되는 상속세 과표 구간을 지금의 경제 규모와 물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 상속세제가 경영 영속성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상속세율과 과세방식을 국제 기준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 조사 결과, 200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경제 규모(실질 GDP 기준)는 약 120% 증가했고 동기간 물가(CPI)는 약 80% 증가했으나, 상속세 과표는 동일한 상황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상속받은 기업인은 높은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을 받게 되고 결국 투자 보류, 지배구조 불안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기업인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원치 않고, 기업의 성장과 홍보에도 노력하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 △배당을 하는 기업에 법인세 혜택 부여 △배당소득을 납세자가 종합소득과세와 분리과세 중 선택하여 납부하는 방안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장기보유 소액주주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제안했다.
최근 경총 뿐 아니라 다른 경제단체도 상속 세제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지난해 27일 ‘상속 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 상속 세제는 부의 재분배 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재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할증과 실제 상속세율은 OECD 38개국 중 1위인 60%에 달한다.
대한상의는 △단기적으로 OECD 평균수준인 15%로 상속세율 인하 △유산세 방식의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최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1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소속(상출제) 소속 기업들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세 한도를 넘지 않는 선까지만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도 무역업계의 가업 상속을 위해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가업 승계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조세 부담(74.3%)'으로 나타났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과도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요건이 가업 승계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인하하고, 최대 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단체가 올해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오랜 기간 누적된 상속세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부분에서는 부족하게나마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나 중견기업 이상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며 “전 정부 이전부터 쌓여 왔던 부담이 한계에 달해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인들이 상속세 조달을 위해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도 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 오너 일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올해 초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 총 2조1689억 원어치(2982만9183주)를 매각했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