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대체거래소(ATS) 출범에 따른 주식시장제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스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초 발표한 'ATS 세부 운영방안'에 따라 곧바로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앞서 거래소가 복수시장 체제에 대비해 KRX-ATS 간 청산결제업무와 시장감시제도의 시스템 작업은 진행한 바 있지만, 주식 매매 제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은 처음이다. 내년 상반기 ATS 출범 준비 체계가 '9부 능선'만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ATS 대응을 위한 인프라 도입 및 구축 사업 계약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거래소와 ATS 간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서버 취약점 점검, 성능 관리 등 전반적 보안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총 사업예산은 12억2000만 원으로 하드웨어에 7억 2000만 원, 소프트웨어에 5억 원 가량 투입될 예정이다.
도입대상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하드웨어 품목에는 서버(서울 4대·부산 3대), 네트워크(5대), 보안(4대)이 도입되며, 소프트웨어는 시스템 운영체제, 파일시스템, 서버 접근제어 등이 담겨 있다. 사업기간은 계약 체결 후 4개월이다. 거래소는 다음 달까지 사업 대상자를 선정한 후 금융위가 발표한 구체적 사업 방안을 따라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연내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넥스트레이드(NEXTRADE)의 본인가 신청이 끝나면 내년 초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 3월 출범하는 ATS 복수시장 체제에 대비해 거래정지 등 시장조치 정보를 ATS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사업본부'(가칭)를 신설해 데이터·인덱스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도 복수시장 상황에서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 중이던 상장주식 또는 증권예탁증권(DR)에 거래정지가 발생했을 경우 ATS에 실시간으로 거래중지 정보가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ATS와 거래소 사이에 안정적으로 시장 매매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외에도 시장관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앞서 세부 운영방안을 모두 확정 지으면서, 거래소로서는 IT적인 개발 진행만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고 △거래시간 △매매체결 수수료 △주가변동 폭 △시가 예상체결가 표출 시간과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 △ 시간호가 종류 등을 공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제는 실무적인 후속 작업이 남은 상황"이라며 "사업방안은 그동안 금융위원회, 넥스트레이드 등 관계기관들과 거의 다 협의를 마친 상태다. IT나 인프라 후발 구축에 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복수시장 체제에서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한 운영체제는 '최선집행의무'만 남았다. 금융감독원은 늦어도 이달까지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증권사에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