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초 내원 때 사후 관찰 소홀…손해배상ㆍ위자료 3200만 원 지급하라”
탈장으로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가 사망하자, 법원이 최초 내원 시 사후 관찰을 소홀히 한 서울대병원에 대해 유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금과 위자료를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재판장 임상은 판사)은 고인 A 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서울대병원이 원고들에게 3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21년 1월 초저녁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A 씨는 당시 69세로, 18년 전인 2003년 직장암 수술을 받아 직장 일부를 절제한 이후 오랫동안 탈장에 시달려온 상태였다.
해당일 역시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소장 탈장이 확인됐고, 서울대병원은 손으로 탈장을 원위치로 되돌리는 도수정복술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A 씨가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하자 모르핀 등을 투여했다.
A 씨는 하룻밤을 지새운 뒤 다음 날 오전에 들어서야 서울송도병원으로 전원돼 소장 천공으로 인한 수술을 받게 됐는데, 폐혈증 쇼크로 중환자실에 들어가면서 이튿날 사망하고 말았다.
유가족은 최초 응급실 내원한 서울대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도수정복술을 받은 뒤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응급수술 시점이 늦어졌고, 도수정복술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나 추가 질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가족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A 씨는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고 이는 장 괴사나 천공을 의심하게 하는 소견”이라면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도수정복술 이후) A 씨 상태를 살펴 장 천공, 복막염 등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실시한 뒤 응급수술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실이 없다면 당장 응급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A 씨를 응급실에 머물게 한 채 (다음 날) 오전 8시경이 돼서야 A 씨의 통증 호소 등을 외과 의료진에 보고했다”면서 “(서울대병원이 아닌) A 씨 유가족이 서울송도병원에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전원 조치했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재판부는 “응급수술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면 A 씨 상태가 호전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인다”면서 “서울대병원이 A 씨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응급수술에 필요한 전원 조치의 적기를 놓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의 무리한 도수정복술로 천공이 생겼다’는 유가족의 주장은 배척했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등에 진료기록 감정을 맡긴 결과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망한 A 씨가 고령이었고 당뇨 등 기저질환 있었던 점, 당시 서울대병원에 가용상태의 수술실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서울대병원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고 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등을 고려해 3200만 원의 배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