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근무한 부주지 스님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는 만큼 ‘문자 해고’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 판사)는 대각문화원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21년부터 서울시 양천구 본각사에서 '부주지'로 근무했으나 2022년 사찰 소유 법인인 대각문화원으로부터 "퇴거하기 바란다"는 문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의 사유는 본각사를 양천구에 인도했고, 재단이 A 씨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욕설 등으로 불응했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이에 서울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의 재심 신청을 인용했다. “대각문화원이 사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A씨를 고용했고 A 씨는 이들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교적 업무와 병행해 행정관리업무를 수행했다”면서 “A 씨를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주지였던 A 씨를 복직시키고 밀린 임금을 제공하라는 판정을 내리자, 대각문화원이 이에 반박하며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각문화원 측은 부주지에게 ‘월급’을 준 것이 아니라 수행 중인 스님의 종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용도의 '보시금' 줬을 뿐이며, A 씨의 근로를 지휘감독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맞섰다.
그러나 상황을 살펴본 재판부는 대각문화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각문화원은 전 주지 B 씨가 수차례 걸친 해임 통보에도 재산권 분쟁 등을 벌이며 사찰에서 퇴거하지 않자 그를 사찰 운영과 종무에서 배제하고 해당 권한을 회복하기 위해 부주지 A 씨 등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부주지 A 씨 등에게 사찰 업무를 수행하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부주지’는 주지를 보좌해 사찰 관리 및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직위 명칭과 기능상 그 업무가 이미 상당부분 정해져 있다”면서 “2022년 10월 부주지 겸 주지직무대행으로 임명된 A 씨는 대각문화원 전무이사 C 씨에게 업무 내용을 메신저로 보고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A 씨가 매월 300만 원을 받다가 이후 200만 원을 받은 것은 아무런 이유 없는 지급이 아니라 이 같은 업무 수행의 대가”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문자 해고’ 역시 근로기준법상 '서면 통지'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