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2021년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6개 계열사 70여개 핵심 서비스·기능을 통합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을 선보였다. 디지털 뱅킹 시대에 슈퍼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금융 영역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각종 생활서비스까지 탑재하며 고객을 유인하는 ‘무기’로 떠올랐다.
슈퍼앱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 시중은행을 보유한 국내 금융사 앱 중 가장 많은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확보한 은행이 국민은행이다. 4월말 기준 KB스타뱅킹 MAU는 1030만 명으로, 타 은행의 슈퍼앱 MAU는 300~400만 명 수준이다. 심지어 아직 슈퍼앱을 선보이지 않은 은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이같은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은행만의 디지털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디지털전환(DT)추진은 정진호 국민은행 부행장(DT추진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전략기획부장과 전략본부장을 역임하며 전략기획통으로 인정받은 정 부행장이 이제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정 부행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MAU에서도 빅테크 기업을 바짝 뒤쫓을 정도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찌감치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확실한 ‘디지털’ 경쟁 포인트로 잡고 속도를 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인력이 현업부서 곳곳에 전진배치 될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의 근간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정 부행장의 설명처럼 국민은행은 수년 간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조직을 개편해 왔다. 2021년 기획부터 개발·운영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사업조직(Biz)과 기술조직(Tech)이 함께 일하는 12개의 비즈 플랫폼 조직을 신설했다. 2022년에는 이를 14개로 확대해 핀테크 기업처럼 애자일·데브옵스(개발+운영)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은행권 최초로 42개의 ‘프로덕트 오너(PO)’ 조직도 구성했다.
‘넘버원(No.1) 디지털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국민은행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라는 정 부행장. 그는 "KB스타뱅킹만 하더라도 다른 시중은행의 슈퍼앱과 갭이 상당히 벌어질 만큼 앞서 있다"면서 "은행이 아닌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고객에게도 그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강력한 기술과 플랫폼을 무기로 전방위적인 서비스 확장에 나서는 빅테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 부행장은 이를 극복할 방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빅테크에서 출발한 플랫폼과 금융사에서 출발한 플랫폼과의 차별점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안정성’이라고 봤다"면서 "빅테크 기업이 아무리 크게 성장하더라도 50년 넘게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금융회사의 신뢰성을 쉽게 이길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정 부행장은 "무엇보다 KB스타뱅킹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국민은행의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비대면채널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노년층 등 여전히 대면채널이 필요한 계층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 간 끊김없이 제공되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빅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할 수 없는 전통은행의 가치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비대면채널 부문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계획 중이다. 현재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인공지능(AI)을 통해서다. 정 부행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를 직접 참관하면서 생성형 AI가 조직 혁신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느꼈다"면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 최초로 생성형 AI사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업무·마케팅 분야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할 계획인데 올해 안에는 관련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주요 디지털 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국민은행만의 디지털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 부행장은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제4인터넷 은행·마이데이터 2.0·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등장과 금산분리(금융부문과 산업부문 분리) 완화 등 다양한 외부환경요인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에 맞춰 디지털 금융도 역량 확보가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겸청즉명(兼聽則明)’이라는 사자성어를 꺼낸 그는 "여러 측면의 말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진다는 말로 균형있는 소통이 중요하는 것인데 겸청의 자세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