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휴온스 등 대형 바이오기업부터 비피도·티움바이오 등 바이오텍도 가세
최근 임상 실패·허가 불발 등 소식이 이어지며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연이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투자자들에게 실적 개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식 매입 후 재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박명수 비피도 대표이사도 공시를 통해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비피도는 비피더스균 기반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이다.
박 대표이사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회사 차원의 대책이 실행되기 전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최근 시장에서 점차 장 건강 및 전신 건강을 위한 비피더스균의 중요성과 차별성을 인식하고 있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비피더스균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는 비피도의 국내외 매출 개선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개인적인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티움바이오도 지난달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이사는 5월 21일 자사 주식 1만41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자궁내막증 치료제 메리골릭스의 유럽 임상 2a상에서 신약으로 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고, 하반기에는 면역항암제 ‘TU2218’, 혈우병 치료 신약 ‘TU7710’의 임상 결과가 예정돼 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가 도출되고 있는 상황에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온스그룹도 휴온스글로벌 20억 원, 휴온스 20억 원, 휴메딕스 30억 원 등 7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지난달 24일 결정했다. 이번 자사주 취득에 대해 휴온스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휴온스그룹은 지난해 매년 배당금을 높여가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간배당을 시행하고 투자자가 배당금 규모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제약회사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올 초부터 종근당, 셀트리온, 신라젠, 휴마시스,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에서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는 이달 7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50만 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했다. 회사는 취득한 자사주의 소량을 우호 투자자 대상 블록딜 형식으로 처리해 타 법인주식 취득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카이노스메드는 타법인 주식 취득 목적으로 약 1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카이노스메드는 주요 파이프라인인 에이즈 치료제의 글로벌 상업화, 파킨슨병 치료제 연내 기술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HLB의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불발과 부광약품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임상 실패 등 악재가 이어지며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섹터에 속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KRX 300 헬스케어지수는 한 달간 8.42%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지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 미래 성장이 기대될 때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