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한강+view) 아파트’. 고급 아파트를 설명하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한강뷰 단 세 글자가 갖는 힘은 막강하다. 서울 한강 일대 아파트는 고가의 서울 아파트 중에서도 제한된 입지에 들어서 희소성을 뽐낸다. 전국에서 수요가 쏟아지지만, 공급은 한정돼 몸값 상승률은 시장 침체에도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한강뷰 아파트라도 핵심 입지에 들어서지 못한 단지는 평균보다 낮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강뷰 제일주의’는 경계하면서도, 입지가 뒷받침된 한강뷰 아파트 몸값은 상승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2일 본지가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받은 서울 주요 한강뷰 단지 22곳의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0년 대비 올해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과 비교한 한강뷰 단지 몸값 상승률은 평균 대비 약 23%포인트(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2개 한강뷰 단지의 2010년 대비 2024년 실거래가 평균 상승률은 14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 변동률(KB부동산 통계·매년 1월 기준)은 121.8%로 한강뷰 단지 평균 상승률과는 약 23.2%p 차이를 보였다.
서초구 잠원 한강 전용면적 84㎡형은 2010년 8억32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1일에는 2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집값 상승률은 244.5%에 달했다. 또 성동구 옥수하이츠 전용 84㎡형 역시 같은 기간 6억4157만 원에서 18억1375만 원으로 집값이 튀어올라 상승률 182.7%를 기록했다.
반면 22개 한강뷰 단지와 인접한 비(非)한강뷰 단지 8곳의 2010년 대비 올해 집값 실거래가 평균 변동률은 119.8%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변동률 121.8%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비한강뷰 단지 표본 수 등을 고려하면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강뷰 아파트 중에서도 한강이 어느 정도 보이느냐에 따라 몸값 차이는 뚜렷하다.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는 한강조망권을 확보한 앞 동(101동) 전용면적 121㎡형 기준으로 고층 매물 최고 매도호가는 55억 원이지만, 저층은 41억 원 수준으로 가격 차이는 14억 원에 달한다.
한강뷰의 가치는 학술적 분석으로도 유의미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3월 부동산학연구에 실린 ‘한강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단지를 기준으로 한강 조망률 1%p 증가할 때마다 실거래가는 0.5% 높았다.
한강이 보이지 않는(조망 없음) 가구와 한강뷰가 가장 많이 확보된(전면 조망) 가구와의 실거래가 차이는 13.4%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강조망률을 구분한 5단계 중 중간(3단계) 수준인 ‘일부 조망’ 가구도 한강이 안 보이는 곳과 실거래가격 차이가 6.7%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시세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기준으로 한강과 맞닿은 동인 아크로리버파크 105동 전용 84형 가운데 파노라마 한강뷰를 갖춘 매물은 최고 호가 49억~50억 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단지 안쪽에 있는 101동의 경우 같은 평형 시세 최고 44억 원 수준으로 5억 원가량 낮다.
이렇듯 한강뷰의 가치는 비한강뷰 아파트보다 앞선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강뷰 단 한 가지 조건만으로는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긴 역부족이었다. 한강뷰 조건을 갖췄지만, 용산구와 성동구 일대 핵심 단지의 집값 상승률보다 낮은 단지도 많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수도권 외곽 아파트에선 한강이 보여도 집값이 비싸지 않다”며 “기본적인 입지를 갖춘 곳에서 플러스알파로 한강뷰를 갖춘 단지의 몸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