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플랫폼, 지난해 매출액 일제히 급감
트렌비ㆍ머스트잇 중고 사업도 성장세
고물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잘 나가던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다. 수요가 줄면서 이른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대표 되던 국내 명품 플랫폼들도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자 중고거래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대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모두 일제히 줄었다.
3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발란’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891억 원)보다 56% 급감한 39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이어 적자도 계속해 영업손실 1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2위 업체 ‘트렌비’와 3위 ‘머스트잇’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기간 트렌비는 전년(882억 원)보다 54.4% 감소한 4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머스트잇도 전년(331억 원)보다 24.5% 줄어든 250억 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두 업체도 적자가 이어져 지난해 트렌비 32억 원, 머스트잇 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머스트잇은 2021년 이후 적자가 지속하자 올해 1분기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희망퇴직 규모는 전 직원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매출이 급감한 건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지속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지출 증가율은 0.0%로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7.4%)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 명품으로 쏠렸던 수요가 다시 해외여행 등으로 분산된 탓도 있다.
반면 불황이 지속하면서 명품 중고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는 올 2분기 거래액(구매 확정 기준)은 5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다. 지난 1분기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16% 불어난 624억원이었다. 지난해 구구스가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이 수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도 올해 1분기 패션 카테고리 유료 결제액이 전년 대비 100% 늘어, 역대 최고치인 640억원을 달성했다. 거래 비중의 상당수는 명품 브랜드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 분기 대비 거래액 성장 폭이 가장 큰 브랜드로는 '발렌시아가', '불가리', '까르띠에'가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3대 명품 플랫폼들도 중고 거래로 눈을 돌려 수익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렌비’는 중고 상품을 매입하거나, 이를 위탁 판매하는 신사업을 통해 적자 폭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중고 사업이 매출 효자로 자리매김하자 전국 주요 도시에 6개 중고매입위탁센터도 열었다. 머스트잇 또한 매년 중고 명품 매출이 10~20%, 올해 1분기에는 20% 늘며 꾸준히 성장세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외국에서 직접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기존 사업으로는 명품 플랫폼들의 매출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면 중고 명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해 플랫폼들도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