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같이 작은 기업들도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습니다. 인력난도 해결 못하는데, 환경 규제까지 대응해야 한다니, 힘든 상황입니다. 애초에 정부와 대기업들이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와줘야만 대응 가능하다고 봅니다."
#.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규제 대응을 위해선 돈도 필요하고, 전문 행정인력도 투입해야 하는 데, 이건 작은 중소기업에 연구개발(R&D) 과제를 당장 해내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CBAM 규제가 2026년에 시행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엔 규제 대응이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 특성상 자금,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어서 전문 행정인력을 배치하기도 쉽지 않다. 규제가 시행될 경우 출구 없는 터널 속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규제 대응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을 꼽았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기업 235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수출중소기업 CBAM 및 탄소중립 대응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중소기업의 10곳 중 3곳은 비용부담(31.1%)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다음으로 정보 부족(30.2%), 탄소배출량 측정·검증(23.6%), 전문인력 채용(8.1%) 등 순으로 답했다.
김재율 코아테크시스템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유럽 규제 대응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문제"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규제 대응하기 위해 돈까지 써야 하는 게 너무 막막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문 행정인력을 써야 하는데, 전문 인력을 위한 비용조차도 부담스러운 게 중소기업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결국엔 돈과 인력, 시간이 모두 필요한데, 이는 연구개발 과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현재는 6대 품목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화될 것이고 소규모 중소기업의 경우 대응조차 못 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체 수출의 약 55%가 유럽인 영신특수강은 규제가 시행될 경우 많게는 매출의 50%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EU CBAM 대응이 필수이지만 인력, 자금 모두 부담이다.
박성수 영신특수강 대표는 "특수강 주조회사로서 1600도 가까이 온도를 올리기 위해 전기에너지로 전기 용해로를 사용하는데, 전체 사용 에너지의 80% 이상이 공정에서 소비되고 있다"며 "여기서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BAM 규제 대응을 제대로 못 하면 매출의 50% 이상이 줄어들 수 있고, 향후엔 글로벌 경쟁력도 잃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런 중소기업들의 공통적인 인력, 자금, 시간 부담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별 직접배출·통제 범위 내 간접배출(scope 1·2)까지 구축할 수 있는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통제 범위를 벗어난 간접배출(scope 3)에 있어서 외부자원(원자재, 부자재 등)의 탄소발생량에 대한 국가적인 표준데이터(전구체)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탄소 다배출 공정의 단순 공정전환·설비전환·에너지전환을 넘어 공정에 대한 R&D가 필요하다"면서 "추가로 중소기업의 인력 추가 확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존 FEMS(factory management system)에 탄소배출 관리(Carbon management) 개념을 추가해 개발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부의 더 세분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정부 측에서 원 생산자인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일종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중소기업들이 표본데이터를 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CBAM 대상 필요 업체들을 군집시켜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한 CBAM 전용 산업공단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