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 어깃장에 골머리 앓는 法…대법, ‘형사재판 지연’ 문제 손본다

입력 2024-06-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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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10일 ‘재판 지연’ 연구용역 첫 발주
피고인, 의도적 재판 지연…법관 업무가중 요인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 12일 첫 회의 개최

대법원이 신속한 형사재판 절차 진행을 막는 피고인들의 행위를 파악하고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공판절차 지연과 관련된 소송상 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시도를 막으면서도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형사재판에서 피고인들이 공판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구금(미결구금)된 경우 구속기간을 만료시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려 하거나 형사처벌을 최대한 늦추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다른 사건의 재판을 방해하고 법관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법원행정처는 “다수의 피고인은 정당한 필요에 의해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지만, 일부 피고인들에 의해 형사재판에서의 절차상 여러 권리들이 남용돼 재판 지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형사재판 지연은 증거 멸실‧왜곡 가능성을 높이고 범죄 피해자의 회복을 지연시킨다. 형사재판 절차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공판절차를 지연시키는 피고인들의 행위로는 △법관 기피 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법률심판 제청 △변호인 해임 및 선임 반복 △열람복사 미진의 주장 △이유 없는 불출석 등이 있다. 다만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여서 규제 마련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공판절차 지연과 관련된 연구에 착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문제점을 인식해 그에 따른 연구에 착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그간 재판 지연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 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다. 조 대법원장은 제21대 국회 내에 법관증원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난달 28일 마지막 본회의 전까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이 폐기됐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12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외부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제시한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한다.

위원회는 재판 지연 해소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감정제도 개선과 복잡사건에 대한 공판중심주의의 적정한 운영, 판결서 적정화, 민사 항소심 심리모델 개선 등 재판 절차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아울러 법관과 법원 공무원 인사 제도를 검토하고, 사법절차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재가동하기는 약 10년 만이다. 3기 사법정책자문위 활동 기간은 1년 이내로, 법원행정처는 회의를 월 1회 개최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권오곤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이 맡는다. 김영화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전원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차병직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가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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