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경쟁 심화 '걸림돌'…통신사 3사도 가격 크게 낮춰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이어 우리은행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MVNO)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혈투가 예고된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MVNO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은 비금융과 제휴·협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해서다. 다만, 기존 통신사와 중소 알뜰폰사에 금융사까지 시장에 참전하면서 출혈 경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일 LG유플러스와 ‘가상 이동망 사업자(알뜰폰 사업자)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망을 도매로 받아 재판매하는 사업으로, 우리은행은 LG유플러스에게 먼저 도매망을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을 때도 제일 먼저 망을 도매로 제공한 바 있다. 비금융 플랫폼 강화에 중점을 둬 온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직접 신사업 발굴을 진두지휘하며 최우선 사업으로 알뜰폰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양사는 도매망 공급을 넘어 다양한 협력을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TF에서는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금융통신 상품과 서비스 개발 △알뜰폰 시스템 구축과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창출 등 성공적인 알뜰폰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이용자는 7만3727명으로 지난 1월(12만332명)보다 이동 고객이 38.7% 감소했다. 같은기간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옮겨 간 이용자는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40.2% 늘었다.
알뜰폰 가입자 순증 인원이 7만8060명에서 1만4451명으로 80% 넘게 떨어진 것이다. 이 속도라면 하반기 알뜰폰 가입자 통계가 순감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중소 알뜰폰 업체의 영업이익률도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권이 기대하는 것은 수익성이 아니다. 은행들은 수익성 보다는 신규 고객 유입을 통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한다. 특히 통신데이터의 경우 GPS(위성항법장치)를 통한 고객 이동정보·통신비 내역을 포함해 소비패턴이 추정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비금융과 제휴·협업을 통한 수익원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 “금융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대내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단순 통신서비스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KB리브엠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확보가 필수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들도 알뜰폰 고객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알뜰폰 시장 진출 당시 100만 고객을 목표로 했던 국민은행도 현재 가입자수가 42만 명(6월 초 기준)에 불과하다.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정부가 통신3사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면서 통신 3사는 지난 1분기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연이어 출시한 데 이어 최근 2만원 대 요금제까지 내놨기 때문이다. 중소 알뜰폰업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