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의 쏠림이 극에 달하고 있다. 뛰어난 입지에 가격 매력까지 갖춘 단지는 수만 명이 몰리고 있지만 반대로 수요자의 관심을 끌 만한 요인이 없는 곳은 '제로' 수준의 경쟁률을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날 때까지는 수요자들이 경쟁력이 확실한 단지만 찾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이번 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45가구 모집에 2만2235명이 접수해 평균 494.11대 1의 경쟁률로 모두 마감됐다. 전용면적 84㎡ A 타입 경쟁률은 523.4대 1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평택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992가구 모집에 21명만 청약해 0.02대 1의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전체적으로 봐도 청약 경쟁률은 극과 극으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달 총 14개 단지의 청약이 진행됐는데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와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더샵 4차'(191.21대 1), 경남 진주시 '아너스 웰가 진주'(20.31대 1)이 두 자릿수 이상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덕국제신도시 서한이다음 그레이튼'(9.15대 1)은 1순위 청약 경재율이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평균 7.89대 1로 올해 부산 분양 단지 중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영지웰 평택화양을 비롯해 '라 테라스 PH42',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 '울산 우정 한라비발디', '계룡 펠리피아', '동래사적공원 대광로제비앙' 등 6개 단지는 소수점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음 시그너스 인 동래', 'e편한세상 범일 국제금융시티'는 1대 1에 턱걸이 했다.
올해 들어 청약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부동산정보 분석업체 부동산인포 자료를 보면 올해 청약자(5월 30일 기준) 가운데 61.7%는 경쟁률 상위 10% 단지에 몰렸다. 지난해보다 6.4%p 늘어난 수치다. 경쟁률이 1대 1 미만인 단지 비중은 같은 기간 33.6%에서 42.5%로 9%p 가까이 확대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시장에서 입지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이 최근 청약을 통해 뚜렷이 나타났다"며 "고덕국제신도시 서한이다음 그레이튼은 평택 분양시장이 다소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도 서정리역 도보권이란 입지에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냈고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입지적 장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아너스 웰가 진주에 대해서는 좋은 입지와 진주 지역에서 보기 드문 커뮤니티 시설 등의 상품성이 맞물리면서 두 자릿수 청약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너스 웰가 진주는 KTX 진주역 인근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인 '아너폴리스' 내에 들어선다.
흥행에 성공한 다른 단지도 입지가 뛰어나다.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수도권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구의역 더블 역세권이고 잠실대교,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동서울터미널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에코시티 더샵 4차는 KTX 전주역이 가깝고 새만금~포항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등이 인근이다. 두 단지는 분양가도 낮은 편이다.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부산지하철 1호선 양정역 초역세권 단지다.
권 팀장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입지를 비롯해 가격, 브랜드 등을 봤을 때 확신이 들만한 곳으로 선택지를 한정해 청약하는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