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미래교육원 원장
상임위 독점 국민목소리 반영못해
의회권력에 취하면 ‘역풍’ 맞을 것
“독재는 민주를 이길 수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선전문구이다. 그런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22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으로 말이 많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점하면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를 차지해 견제를 위한 오랜 관례가 깨진 상황이다. 지난 정권에서 입법권을 독점하면서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법안은 다 제정하였다. 그 대표적인 법안들이 부동산 규제에 관한 법안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집값은 폭등하고 국가부채는 400조 원이 늘어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도 1700조 원에 다다랐다. 2023년 말 기준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도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 그 부작용에 대해 지금 아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그래서 입법은 항상 신중해야 하고 여야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22대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에 관한 문제점은 그전보다 심각하다.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법사위원장, 그리고 통상적으로 여당 몫이었던 운영위원장조차 민주당이 차지하였다. 비례대표 득표를 보면 민주당은 26.69%, 국민의힘은 36.84%, 조국혁신당이 24.25%였다. 이전 21대 비례대표 득표를 봐도 민주당 33.35%, 국민의힘 33.84%, 정의당 9.67%였다. 득표율에서 보면 국회 권력 역시 디지털 시대에 자주 등장하는 승자독식현상이 팽배하다. 이렇게 민의를 왜곡해 해석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은 상당하다.
먼저, 결과적으로 소선거구제는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의석수만으로 판단하기에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그다지 차이 나지 않음에도 국회 권력은 일방적으로 민주당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먼저 정당 간 소통 부족으로 앞으로 국회는 민주당 주도의 입법이 이루어지고 대통령의 거부권은 거의 매번 발생할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지금까지는 현재 권력인 대통령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앞으로 책임은 민주당에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으로 특정 정당이 중요한 상임위원회를 독점하게 되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불균형이 초래된다. 이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 일명 ‘개혁의 딸’이라는 팬덤층에 의해 정책이 결정된다면 민주당은 언제든지 소수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상임위원회 배분 시에 의원들의 전문성과 무관하게 배분이 이루어질 경우, 해당 위원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므로 의원들 각자의 전문성을 고려한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서 정당 내부에서 인기 상임위 배정을 위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정당 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의 기능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정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상임위원회 배분이 이루어질 경우, 중요한 정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날 수 있다. 이는 국회 역할을 왜곡시킨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당 간 협의를 강화하며, 의원들의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일에는 항상 작용 반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21대 국회에서 행정부 권력도 국회 권력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하였다. 작금의 민주당 형태는 21대 국회와 데자뷔다. 차기 대선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못한 듯하다. 권력에 취하면 깨기 전에는 그 술이 독한 줄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지하가 쓴 ‘타는 목마름으로’의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같은 소절처럼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잊은 지 너무 오래된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