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는 잊어라…미국,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자금흐름 3분의 1 차지

입력 2024-06-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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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금 유입, GDP 1.5% 달해
고금리·IRA·칩스법 등 영향
중국은 자금유출 가속
미국 쏠림 현상에 신흥국 자금유입도 끊겨
금리 인하·美 대선, 향후 변수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탈달러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미국의 달러패권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자금 흐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 18%에 그쳤지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에는 그 비중이 전체 3분의 1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2021~2023년 순자금 유입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해당한다고 IMF는 짚었다.

2020년 달러 부족으로 인한 투자자 불안 심화, 2022년 러시아 자산 동결에 따른 안전 피난처 지위 훼손 등 최근 달러화 투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경을 넘은 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금리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에 쏠렸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와 반도체 자국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대규모 인센티브를 내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시행한 것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에 일조했다.

반면 미국을 위협하던 라이벌인 중국의 자본 유입은 팬데믹 이후 크게 약화했다. 전 세계 자금 유입(총액 기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 토막 났다. IMF는 국가 간 자본 흐름 총액에서 중국 비중이 2019년까지 10년간 평균 7% 수준이었지만 2021년~2023년에는 3%까지 낮아졌다고 집계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중국 FDI가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연속 둔화하는가 하면 4월 중국 기업들의 외화 매수가 201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자본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신흥국에 쏠리던 자금 유입도 뚝 끊겼다. IMF는 “최근 수년간 신흥시장에서 순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너선 포튼 국제금융협회(IIF) 이코노미스트는 “마을의 ‘빅 보이(미국)’에 모든 주목이 쏠렸다”며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던 자금 일부가 말라버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미국의 비교 우위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미국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내려갈 수 있는 데다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기존 정책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정적자 급증, 정치적 양극화 등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그레이스 팬 TS롬바드 글로벌 정책 연구 담당 전무이사는 “제도적 관점에서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규제의 명확성에 힘입은 법치주의가 차기 미국 대통령 임기 동안 외국인 투자자와 미국인 모두에게 균형 있게 우세할지 여부”라며 “이것은 탈달러 움직임이 서서히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는 시기에 미국 자산에 대한 충분한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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