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조작하고 일지도 대신 써줘
이공계 연구원 예외 조항 악용
신청부터 사후관리 원스톱 지원
현장실사 지침안내 제공 업체도
기업부설연구소 및 연구개발전담부서 대행업체에 “연구소를 세우고 싶다”고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업체 관계자 A 씨는 “1년에 한 번씩 제출하는 연구개발활동조사표, 한 달에 한 번 연구일지도 대신 써준다”고 말했다. ‘R&D(연구개발) 세액공제, 신규 신청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는 게 이 업체의 방침이다. A 씨는 전체 컨설팅 비용으로 200만 원을 제시하며 “200만 원으로 1000만 원 아끼는 게 낫잖아요”라고 말했다.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허위로 대행하는 컨설팅 업체가 횡행하고 있다. 연구시설의 인정 요건을 눈속임해 충족시키고, 연구 실적도 조작해 제출해주는 것이다.
기업부설연구소 및 연구개발전담부서는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을 맞춰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연구전담요원을 배치해야 하며, 연구 공간과 기자재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본지가 문의한 10곳의 컨설팅 업체 중 연구소 및 전담부서 설립이 불가하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특히 까다로운 ‘인적요건’도 문제 없이 충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직원을 전담연구요원으로 탈바꿈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는 “솔직히 말해서 이공계 졸업자 한 명만 있으면 (전담부서는)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분야 연구시설은 4년제 문과 졸업자로도 연구전담요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적요건 중 ‘서비스 분야가 주업종인 경우 연구전담요원은 이공계 분야가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 C 씨는 “서류상 ‘연구전담요원’으로 올리더라도 기업 대부분은 회계든 영업이든 겸직해서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 14조4에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원은 다른 업무를 겸할 수 없다”고 버젓이 나오는데도 요식행위를 권하는 것이다. 이후 C 씨는 연구소 및 전담 부서 신청 비용 100만 원과 사후관리 비용 300만 원을 제시했다.
현장 실사 및 청문 대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연구활동 수행 여부 및 요건 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 실사를 불시에 실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연구소 내 현판을 부착하고 있는지’, ‘연구인원 및 자리배치가 동일한지’, ‘전문연구요원의 명함이 있는지’ 등을 점검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기업은 매년 연구개발 현황, 연구개발인력, 연구개발비 등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산기협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행업체가 그럴듯한 연구 실적을 꾸며내면 소관 기관이 이를 전부 감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산기협도 공식 사이트에서 연구개발활동조사를 대행하고 관리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가 많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허위 및 거짓임이 드러났을 땐 취소 처분을 받고 1년 간 재신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