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공사비 3조4000억 원을 웃도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4·5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임박하면서 건설사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리턴 매치'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한남5구역은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만큼 단독 입찰의 가능성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정비형 재개발 사업은 올해 7월 말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 조합 관계자는 "입찰 공고는 7월 말경으로 준비 중이며, 컨소시엄 입찰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 총회는 11월 말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은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예상 공사비는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2331가구 중, 공공임대 800~900가구를 제외한 약 1150가구가 일반분양으로 풀린다. 조합원 수는 366명으로, 일반분양 물량의 32%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상당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달 입찰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3파전으로 압축된 분위기다. 이들 3사 모두 입찰 시 래미안과 하이엔드 '디에이치', '오티에르'를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조합 측에 전달한 상태다.
3사가 모두 입찰할 경우, 자존심을 건 설욕전이 펼쳐지게 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도 높다. 먼저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은 올해 1월 부산촉진2-1구역에서 맞붙은 전적이 있다. 당시 포스코이앤씨가 승기를 잡으며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어 3월엔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에서 맞붙어 자웅을 겨뤘지만,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들과의 적극적 스킨십은 물론, 입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의 수주 의지도 강력하다. 현대건설은 올 초부터 전략 사업지로 한남4구역을 낙인 찍고 입찰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입찰 준비를 기본으로 한남4구역의 풍수지리를 분석하는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수주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4구역은 무조건 입찰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이나 포스코이앤씨가 입찰해 경쟁 구도가 되는 것에 대해 특별한 해석은 없고, 조합원분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5구역은 지하 6층~지상 23층, 총 51개 동 2592가구를 새롭게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한남4구역과 비슷한 약 1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입찰 이전 '탐색전'으로 불리는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 삼성물산, 현대건설을 비롯한 10개사가 운집해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특히, DL이앤씨는 장기간 홍보에 공을 들여온 만큼 입찰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는 업계 관계자의 예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남5구역은 DL이앤씨가 장기간 홍보하면서 입지를 다져온 곳으로 이곳 만큼은 사수하기 위해 입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뉴타운은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한남 2~5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1만2466가구에 이르는 미니 신도시급 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전체 1~5구역 중 2구역은 대우건설 '한남 써밋', 3구역은 현대건설 '디에이치 한남'으로 각각 확정됐다. 1구역은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선회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