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反 엔비디아 동맹도 심화 예상
삼성ㆍSK 등 국내 메모리 기업 호재 작용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마침내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굵직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광풍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엔비디아의 공고한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반(反) 엔비디아 트렌드도 심화하고 있는데, 이 역시 우리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3.5% 급등한 135.5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총은 약 3조3350억 달러(약 4600조 원)로, MS(약 3조3170억 달러)와 애플(약 3조2860억 달러)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H100, H200 등 AI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며 몸집을 키웠다. 현재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블랙웰 B100, 내년 B200, 2026년 루빈 등 차세대 솔루션까지 미리 발표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AI 시장 지배력 강화는 메모리 기업 강국인 우리나라엔 호재다. 실제로 엔비디아에 들어가는 HBM3(4세대)는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했다. 엔비디아 H100과 H200에 탑재되는 HBM3E(5세대) 역시 올해 초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퀄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독주하는 엔비디아에 대항해 기업 간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인텔, AMD, 구글, 메타, MS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달 31일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엔비디아에 대항한 협력 전선이다. 이 조직은 향후 AI 가속기 연결을 위한 기술 표준 개발에 함께 나선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칩 간 데이터 전송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는 엔비디아의 ‘NV링크’가 보편화돼 있다. 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은 이러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UA링크 1.0’을 3분기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인텔은 연말 ‘가우디3’, AMD는 ‘MI325X’ 등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AI 가속기 제품으로 엔비디아에 도전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업계에서는 현재 엔비디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에 거부감이 심해진 상황이라 당분간 반 엔비디아 전선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반 엔비디아 흐름 역시 국내 메모리 기업에는 기회이며, 이들 기업 수요에 맞는 제품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도 엔비디아 대항마가 탄생할 전망이다. 합병을 발표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이 그 주인공이다.
양 사는 그간 딥러닝과 같은 인공신경망의 연산에 최적화된 AI 특화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 선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그러나 엔비디아 등 굵직한 거대한 글로벌 기업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자 서로 힘을 합쳐 몸집을 키워 경쟁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사는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켜 차세대 NPU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운다면 기존에 두 회사가 각각 가지고 있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시장에서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두 회사 배후에는 SK와 KT 등 큰 기업들도 자리하고 있어 전반적인 AI 생태계 환경도 대폭 넓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