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주 파산 결정 전망에…“파산 아닌 매각이 채권자 이익”
업계, VASP 매각 가능성 의문…“형사ㆍ파산ㆍFIU 제재 등 걸림돌”
이용자 자금에 대한 출금 중단으로 여러 법적 소송에 휘말린 국내 가상자산 예치운용업체 델리오가 이번엔 발생한 채무를 새 법인으로 이전하고, 델리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형사·파산은 물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제재 처분까지 걸려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9일 오후 델리오 측은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이용자 소통 카페에 공지했다.
이번 공지에 따르면 델리오 측은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전체 채권자의 이전 동의를 받아) 신규 법인을 설립해 델리오의 모든 채권 채무를 신규 법인으로 이전할 것”이라면서 “채권상환은 신규 법인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채권채무가 사라진 델리오의 VASP 라이선스를 매각해 채권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 기업이 델리오 대표자 및 주주들의 구주를 매수하고, 이 매각 대금을 신규 법인으로 이전해 채권상환을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델리오는 이번 방안을 설명하며 “매각 사례로 2022년에 매출이 없는 몇 VASP 기업들이 240억 원에서 500억 원에 매각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7월 이용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며 VASP 취득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VASP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산 진행을 중단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채권자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델리오 측이 파산 사건 중단을 언급한 것은, 이번 매각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산이 중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18일 회생법원에서는 델리오 파산 관련 최종 심리가 진행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중에 델리오의 파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파산이 기각된다는 전제 하에 전체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신규 법인으로 채권채무를 이전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채권채무 이전과 별개로 델리오의 VASP 라이선스가 유지될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앞서 델리오는 지난해 9월 FIU로부터 특금법 위반으로 3개월 영업정지와 함께 18억9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이와 함께 임원 1명에 대한 해임 권고 및 직원 감봉(1명), 직원 견책(1명)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만큼 채권채무에 대한 이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델리오가 받은 FIU 감독 처분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VASP 라이선스가 연장될지도 불투명하고, 또한 여러 법적 절차에 얽힌 델리오 법인을 인수할 회사에도 이 책임들이 승계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까지 VASP 재신고를 해야 하는 델리오는 정 대표의 형사 사건 결과 등에 따라 라이선스가 말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월 입법예고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존에 임원의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외에도 다른 법률을 위반하는 등 공익을 저해하는 경우에도 사업자에 대한 직권 말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애초에 델리오의 VASP 라이선스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11일 진행된 정상호 델리오 대표의 첫 형사 공판에서 나온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델리오는 VASP 신고 당시 보유하고 있는 자산보다 비트코인 605개, 이더리움 2511개를 부풀려 FIU에 신고 수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FIU에 이번 델리오의 VASP 매각 계획 등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물었으나, FIU관계자는 “델리오는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법원 소관이고, 검찰 기소도 이뤄진 사안이라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