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묻지마 칼부림’ 기폭제 된 경제 불만…“불경기에 공격적으로 변해”

입력 2024-06-23 14:24수정 2024-06-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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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실직 등에 불안 고조
작년 화이트칼라 32% 급여 삭감
시위 80%,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
“경제 압박에 정신 건강 문제 악화”

▲사진은 중국 상하이 루자주이 금융지구 전경. 상하이(중국)/AFP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이례적인 흉기 난동 사건들의 배경에 경기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50대 남성이 19일 오전 상하이 지하철역 9호선 허촨루 역에서 주변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3명을 다치게 했다. 용의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으며, 당국은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관련 게시물이 약 1억64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일각에서는 용의자가 올해 초 7조 달러(약 9737조 원) 규모의 중국 증시 폭락으로 손해를 입은 주식 투자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폭력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지린성 북동부의 한 도시에서 미국 대학 강사 4명이 현지 남성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초에는 산시성의 한 지방 정치자문기구 위원장이 불법 점유 국영주택 정리를 둘러싼 분쟁으로 살해당했다. 지난달에는 장시성 남동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2명이 숨졌다.

중국 대중은 폭력 사건이 드문 자국에서 최근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꼽았다. 극심한 경제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경제 환경의 압박이 모든 사람에게 연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을 자극하거나 괴롭히지 마라. 폭발의 임계점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불안한 경제 상황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중국 채용 사이트 자오핀 설문조사에서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약 32%가 지난해 급여가 삭감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공식 기록으로 확인된 중국 내 시위의 약 80%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장시성과 상하이 사건의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지린성에서 부상한 교사 중 한 명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테러범이) 실직 상태로 운이 나빴다”고 설명했다. 또 광둥성 경찰대학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140건의 주요 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범인이 범죄 전과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급격한 경제 변화로 인해 사회 일부 계층이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폭력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르넷 옹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3년간의 코로나19 격리 기간 발생한 정신 건강 문제가 높은 청년실업률을 포함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무작위한 폭력 행위는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 억눌린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이 더 광범위한 중국 대중의 경제적 고통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피처칼리지의 한장리우 정치학 조교수는 “용의자 역시 경기침체와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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