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풍부한 매장량으로 주목
낮은 에너지 밀도는 한계…이륜차 등에 활용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국내 자동차 기업과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을 나트륨(소듐)으로 대체한 배터리다. 원자 번호 3번인 리튬과 11번 나트륨은 주기율표의 1족에 속하는 알칼리 금속이다.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나 생산 공정과 호환이 가능하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장점은 낮은 가격이다. 배터리 원료가 되는 탄산나트륨 가격은 탄산리튬의 3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또 나트륨이온은 알루미늄과 반응하지 않아 음극에 동박 대신 알루미늄박을 사용할 수 있다. 알루미늄은 동박에 쓰는 구리보다 25%가량 저렴하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예상한 나트륨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70~80달러다.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140달러/kWh 수준이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5년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최대 24% 저렴하게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희귀금속인 리튬과 달리 나트륨은 지구 상에서 6번째로 많은 원소다. 전 세계 매장량을 비교해 보면 리튬은 지각의 0.0065%를 차지하는 반면 나트륨은 2.7%에 달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추위에도 강하다. 영하 20℃ 이하에서도 90% 이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트륨이 리튬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같은 질량이나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가 낮아진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당 140~150와트시(Wh)에 불과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낮은 LFP 배터리의 평균 에너지 밀도(160Wh/㎏)보다 낮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은 LFP에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에도 서두르고 있다. 올 초 중국 JAC가 최초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를 출시했고, CATL은 에너지 밀도를 200Wh까지 끌어올린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BYD는 약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행거리가 50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보다 전기 자전거, 이륜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처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