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중국 위안화도 약세
아시아 통화가치도 1년 7개월래 최저
“美 금융 지배력 극명하게 드러나”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87엔까지 치솟으면서 엔화 가치가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는 이날 유로화에 대해서도 170.80엔을 기록하면서 2개월 만에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앞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4~5월 엔화 매수·달러 매도를 통한 9조7000억 엔(약 84조 원) 규모의 환율 개입에 나선 바 있는데, 엔저 억제 효과가 두 달 만에 사라진 셈이다.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도 좀처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상승해 1394.7원까지 상승했으나 오후 엔화 가치 하락폭이 줄어든 것에 힘입어 하락 전환하면서 전일 대비 2.9원 내린 1385.8원에 마감했다. 여전히 원화 환율이 1400원 선에 매우 근접해 있어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달러당 중국 위안화 가치는 이번 주 7개월래 최저치를 찍었으며 6개월 연속 하락세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미국 달러 대비 원화,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화, 인도 루피화, 대만 달러화, 태국 밧화 등 9개 아시아 통화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아시아달러인덱스는 2022년 11월 3일 이후 가장 낮은 89.98을 나타냈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미국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일본 당국의 노력이 무산됐으며 추가 개입 역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기 정책 경로를 바꿀 때까지 엔화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블룸버그는 “하루 7조5000억 달러(약 1경403조 원)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끊임없이 추락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미국 증시는 2분기에도 강세로 마무리할 전망이다. TD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약 300억 달러의 자금이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 유입됐는데, 이 중 94%가 미국으로 향했다.
앤드루 브리너 냇얼라이언스증권 국제 채권 책임자는 “모든 것은 연준과 관련이 있다”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달러 강세가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밥 새비지 BNY멜론캐피털마켓 시장 전략·인사이트 대표는 “연준이 실제로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것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