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용 없이 LP까지…'파이 확보' 분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직 익숙함보다는 생소함이 앞서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 ETN이 좋은 성과를 낸 덕이다. 증권가는 ETN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기조를 유지하며 공격적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상장 ETN 지표가치총액은 16조51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지표가치총액(13조6854억 원)보다 20.65% 증가했다. 지난해 초(9조8620억)와 비교해서는 67.43%, 5년 전인 2019년(7조5929억 원) 대비로는 130.66% 급증했다.
2014년 처음 시장에 선보인 ETN은 12년 전인 2002년 출시된 상장지수펀드(ETF) 인기에 가려 투자자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ETN 총 지표가치총액은 이달 150조 원을 넘어선 국내 전체 ETF 순자산의 10% 수준에 그친다.
다만 올해 들어 ETN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ey)’ 국면이 펼쳐지며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원자재는 국내 ETN 대표적 기초자산으로 꼽힌다. 시장에는 천연가스, 금, 은, 구리, 농산물 등 원자재 선·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ETN 142종이 상장돼 있다. 이는 전체 ETN의 37%를 차지한다.
ETF와 차별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원자재에 집중했던 전략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빛을 발한 셈이다. ETN은 시장 진입 초기 ETF에 드물었던 원자재를 구성 종목으로 대거 선정했다. 원유 선물 ETN 수익률은 올해 1분기 최대 32.6% 치솟았다. 콩, 천연가스 선물도 각각 29.20%, 28.01%까지 급등했다. 2분기 들어서는 은 선물은 32%대, 구리 선물은 18%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는 ETN이 주요한 수익창출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손실을 감수하며 ETN 시장 ‘파이 늘리기’에 분주하다. 증권사들 사이에서 불붙은 수수료(제비용) 경쟁은 대표적 사례다. 현재 시장에는 ‘제비용 0%’ ETN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삼성증권은 ‘삼성 코스피 200 TR ETN’과 ‘삼성 코스닥 150 TR’ 2종목을 상장했다. 열흘 뒤인 NH투자증권은 ‘QV 코스피 200 TR ETN’, ‘QV 코스닥 150 TR ETN’를 선보였다. 두 회사 상품 모두 제비용이 0%다.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동시에 구성 종목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 ETN 특성을 살리기 위해 증권사는 직접 유동성공급자(LP)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사와 다른 점이기도 한데, 자산운용사는 ETF 발행, 운용만 담당하고 유동성 공급은 증권사가 한다. ETN은 발행, 운용, 유동성 공급을 모두 증권사가 맡는다. 증권사로서는 ETN 출시가 곧 막대한 비용의 수반을 의미하는 배경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ETF에 비해 10년 이상 늦게 시장에 진출한 만큼 후발주자로서 비용 지출을 감내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노력 중”이라며 “ETF 시장이 급격히 커졌듯이 ETN도 새로운 수익창출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