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입지 강화…미국 법인 출범
4개 공장 운영…P&WㆍGE 등 납품
“혁신ㆍ성장 통해 중심 우뚝 서겠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150여㎞ 떨어진 코네티컷주로 향하는 도로. 붐비는 도심을 지나 교외로 나가니 고층 건물들이 낮은 주택들로 바뀌었고, 도로 양옆으로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길이 이어졌다.
한가로이 미국의 시골 풍경이 두 시간가량 이어졌을 때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법인(HAU)의 체셔(Cheshire)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2만6454㎡ 규모로 들어선 이 공장은 미국 항공 엔진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코네티컷은 다수의 제조업체가 모여 있던 지역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많은 기업이 철수하면서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닥쳤다. 그러나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대형 항공 엔진 제조업체와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코네티컷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9월 현지 항공 엔진부품 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HAU)’을 출범시켰다. 이 인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 엔진 산업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네이트 미나미(Nate Minami) HAU 사업장장은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만들며, 항공기 엔진의 모든 부분에 필요한 부품을 제조한다”며 “현재 P&W, GE, 프랑스 사프란(SAFRAN), 일본 미쓰비시를 비롯해 100여 곳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HAU는 코네티컷에서 뉴잉턴(Newington), 체셔,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이스트 윈저(East Windsor) 등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장기 사이클 비즈니스(Long Cycle Business) 제품인 케이스, 하우징, 프레임을 체셔와 글래스턴베리에서 만들고 엔진 회전체 부품인 일체식 로터블레이드(IBR), 디스크 등은 뉴잉턴에서 제작한다. 이스트 윈저에서는 전자빔 용접, 정밀 부품 제조를 수행한다.
뉴잉턴 공장을 방문했을 때,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이 공장은 P&W 등 주요 고객사에 항공 엔진의 회전체 부품을 납품하는 등 HAU의 중추적인 허브(Hub) 역할을 맡고 있다.
IBR은 팬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시켜주는 일체형 부품이고, 디스크는 블레이드를 꽂아 공기를 압축하는 부품이다. 제작 과정은 선반 공정, 밀링 공정, 플라즈마 코팅을 포함한 특수 공정, 표면 검사로 이뤄진다. 밀링과 선반 공정은 기계 설비를 활용하며 연마 공정과 세척 등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일부 부품은 약 섭씨 1200도가 넘는 초고온 열처리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연간 생산 규모를 IBR 1400개, 디스크 1000개에서 각각 2200개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장 생산직 직원은 100명, 지원 부서 직원은 5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40대 중반에서 환갑을 넘긴 숙련공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투자는 뉴잉턴 사업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생산 기지로서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
HAU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뉴잉턴 사업장에 추가로 8개의 장비를 투자해 총 23개의 밀링 및 선반 생산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2017년부터 3000만 달러(약 390억 원)를 투자했으며, 민수와 군수 부문에 각각 6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한다.
네이트 사업장장은 “HAU는 고정 부품, 회전 부품, 씰, 하우징, 허브, 축 등 여러 부품을 제작하고 각 부품이 엔진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혁신하고 성장하며,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