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고급주택에서 역대 최초로 200억 원 대 신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성동구 성수동에서도 수십 억 원이 오른 최고가 손바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보다 부를 축적하는 방법과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큰 손'인 슈퍼 리치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주택시장과 분리돼 움직인다는 점에서 향후 초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94㎡ 1층은 지난달 4일 200억 원에 팔렸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 같은 단지 전용 273.41㎡의 거래가 84억 원 대비 138%(116억 원) 오른 금액이다. 2006년 실거래 가격이 공개된 이후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역대 최고 매매가이기도 하다.
이전 최고 매매가는 2021년 거래된 연립주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로, 전용 273.64㎡가 185억 원에 매매됐다. 아파트 중에선 용산구 '파르크 한남' 전용 286.67㎡ 의 지난해 8월 거래가인 180억 원이 최고가였다.
나인원한남은 경매에서도 역대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 전용 244㎡가 113억7000만 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감정가 108억5000만 원의 104.8% 수준이다.
이처럼 100억 원에 근접한 초고가 아파트 매매는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연달아 체결되고 있다.
먼저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1년 전(65억 원) 대비 23억5000만 원 오른 8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성수동은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등 평당 1억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기업가를 비롯해 연예인, 고액 자산가 등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 210㎡는 직전 거래(2021년 9월) 72억 원 대비 11억5000만 원 뛴 83억5000만 원에 손바뀜 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동은 전통적인 부촌으로 평가되는 곳으로, 일대 압구정지구 아파트 단지들이 1~6구역으로 나뉘어 대규모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는 73억 6000만 원,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33㎡는 65억 원에 팔려 최고가를 다시 썼다. 또 압구정동 '구현대6·7차' 전용 157㎡도 6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자산 증식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초고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슈퍼 리치'들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 매수층은 50~60대에서 30~40대로 낮아지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러한 초고가 주택 시장은 내수경기와 별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승 흐름과는 구분지어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자산가들의 자산 증식 형태가 세계 자본시장 편입 이후 주식, 코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즉 원화 보다 달러로 자산을 불리는 사람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때문에 초고가 주택 시장은 일반 주택시장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주택은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거래량이 적어 오름 폭이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주택시장 트렌드가 초양극화로 굳어진 만큼, 고가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