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대통령은 재임 중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한 면책 판단은 하급심에 넘겼다. 11월 5일 대선 전에 본안 사건의 최종선고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하급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도 높아졌다.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훼손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미 대선 판도는 지난달 말 대선 후보 TV 토론을 기점으로 트럼프 측에 확연히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바이든에게 사퇴 압박이 가해질 정도다. 이런 국면에 연방대법원의 우호적 판결이 나온 것은 트럼프로선 금상첨화다.
‘트럼프 2기’ 기류가 짙어지자 국제 사회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방안도 논의한다. 방위비분담 문제로 대립각을 세운 트럼프가 당선되면 취임 전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한 것에 대한 비상대응 차원이다.
바이든은 지난달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우린 물러서지 않는다”고 다짐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양자 안보협정도 체결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이 모든 다짐과 약속은 공수표가 되기 십상이다. 서방 진영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전·현직 고위 관료를 동원해 트럼프 측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만에 하나, 트럼프 재집권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다. 무엇보다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걱정이다. 앞서 트럼프는 4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주둔비용 협상이 순조롭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일 3각 공조체제 위축 가능성도 위협적이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호 관계를 과시했고 비핵화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런 성향이 혹여 핵우산(확장억제) 실효성을 강화한 ‘워싱턴 선언’ 무력화로 귀결되면 우리 안보 전선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북·중·러 밀착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니 선제적 대비책을 모색할 시점이다.
트럼프는 동맹 관계를 가치 아닌 거래 관점으로 본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경제적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대미 수출이 16.8% 증가한 64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다. ‘보복 관세’를 무기로 미국 우선주의를 실행하는 트럼프 체제의 과녁이 될 수 있다. 우리 안보·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변곡점이 눈앞에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 어떤 변덕스러운 외풍을 만나더라도 민생과 국익을 굳건히 지킬 플랜 B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