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기차 보조 2.8조·충전인프라 0.5조 투입
충전기 10% 증가시 전기차 12.4%↑…찻값 10% 보조시 15.8%↑
친환경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과도한 구매보조금을 점차 낮추고 충전 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일 KDI FOCUS '친환경차 보급정책 개선 방향'(김현석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연구위원)을 통해 "전기차 보급정책 관련 보조급 지급보다는 충전인프라 보강을 더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정책 방향은 친환경차 보급 관련 정부지출 효율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기본계획'에 따르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전체 등록차량 2700만여대 중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대수가 450만대(16.7%)에 도달하는 것을 제시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경쟁 내연기관차 대비 차량가격이 높고 연료충전 인프라가 새로 구축돼야 하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지원 대상이 됐다. 전기차 신규등록은 2010년 44대, 수소차는 2015년 28대로 시작돼 정부 지원 정책과 함께 보급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목표치까지는 거리가 있다. 2022년 말 전기차 누적보급대수 39만여대, 수소차는 3만여대로 파악된다.
중앙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사업 재정지출은 전기차·수소차 관련 △구매보조금 지급 △충전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보조금 지출은 충전인프라 관련 지출 규모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 환경부의 전기차·수소차 보급사업 지출액은 구매보조(2조8000억원)가 충전인프라(5000억원)보다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출 규모는 환경부 전체 예산(12조9000억원)의 25.3% 수준이다.
KDI가 2019~2022년까지 전체 전기차의 충전기 탄력성과 보조금 기반 가격탄력성을 분석·추정한 결과, 누적 충전기 수가 10% 증가할 때 평균 신규등록대수는 약 12.4% 증가, 보조금으로 차량가격이 10% 낮아지면 신규등록대수가 약 15.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용 및 영업용 차량보다 자가용 차량이 충전기 수 및 가격 변화에 덜 탄력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추정 결과를 토대로 2019~2022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부재했을 때 대안 시나리오를 분석했더니 해당 기간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신규보급대수인 24만여대 중 약 27.4%인 6만6천여대가 보조금 지급으로 추가 보급된 물량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2.6%는 보조금 없이 보급될 물량임에도 보조금이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 신규등록대수 및 보조금 단가를 바탕으로 국비·지방비 보조금 집행액을 추산하면 2019~2022년 약 2조60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도출된다. 반면 전기차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도출한 전기차 충전기 탄력성(1.24%)을 기반으로 보조금 효과(6만6천대 추가 보급)와 같은 규모의 효과를 충전기 인프라를 통해 얻고자 했을 때 필요한 충전기 수는 9만여기다.
현행 정부의 충전기 지원액 기준 하에서 현재 완·급속 충전기 구성비를 유지한 채 9만기를 추가 설치하면 정부 지원금액은 3900억여원 규모로 추산된다. 보조금 관련 지출 규모가 약 6.7배 높다.
KDI는 "단순 산출계산에 의한 결과이고 9만기는 지난 7년간 보급된 충전기 수량 50% 수준이나, 해당 결과는 충전기 보급을 통해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결국 친환경차 보급정책 관련 정부지출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구매 단계 보조금 지원단가 계속 축소 △운행 단계 편의성 개선을 위한 충전인프라 보강 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022년 기준 전체 승용차 누적등록대수 중 자가용, 영업용, 관용 비중은 각각 92.2%, 7.5%, 0.4%인 반면 전기차 누적등록대수 비중은 각각 65.6%, 30.2%, 4.2%였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렌터카, 택시 등 영업용 차량 보급이 빠르게 진행됐고 정부 의무화 정책에 따라 관용차도 상당 수 보급됐음을 알 수 있다.
온실가스 경감을 위한 전기차 보급 방향은 영업용, 관용보다 자가용 비중을 높이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KDI는 지적한다. 자가용으로 용도를 국한할 때 가격에 덜 민감한 점, 배터리 성능 개선 등에 따른 가격 인하로 내연차 대비 경쟁력 확보가 수월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조금 정책 유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KDI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보급이 계획 수준에 미달하자 국비 보조금 단가를 680만원에서 780만원으로 한시 상향한 것을 두고도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충전인프라 보강과 관련해서는 점검·수리·교체 등 유지관리 노력과 소비자 입장에서의 충전 시스템 편의성 제고 등 질적 측면, 거주지 및 거주지 인근 충전인프라 외 고속도로 휴게소 등 주요 거점 충전 여건 확충 등 양적 측면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