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행사 시점은 이달 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병대원 특검법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과 김재섭 의원이 회의장에 남아 각각 찬성, 반대표를 던졌다. 5월 28일 21대 국회에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된 지 37일 만에 국회 문턱을 다시 넘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작년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 이첩 과정 및 대통령실·국방부의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1호 당론 법안으로 다시 발의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해병대원 특검법 강행 처리를 '헌법 유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면서 "위헌성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부결되었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22대 국회에서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은 특검 추천 권한을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는 21대 국회 때는 없던 내용이다. 야당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이 전날 '위헌에 위헌을 더했다'고 작심 비판한 것 역시 이같은 내용을 지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거부권 행사 시점은 이달 중순께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고,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한 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야 한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정부 이송 이후 15일 이내다. 일정상 이달 오는 19일 전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5월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약 보름 뒤인 21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 법안이 다시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