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을 빠르게 설계·생산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에 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 외에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상용화한 사례는 없지만, 암 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등에 기대를 걸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mRNA를 활용한 백신·치료제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백신 개발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섰다.
GC녹십자는 2017년 말부터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mRNA를 낙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남 화순 백신공장에 mRNA 생산시설을 마련, mRNA 관련 기술을 내재화할 준비를 마쳤다.
캐나다의 지질나노입자(LNP) 개발 기업 아퀴타스와 손잡은 GC녹십자는 자사의 신규 mRNA-LNP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임상 단계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mRNA를 활용한 독감백신과 희귀질환인 숙신알데히드탈수소효소결핍증(SSADHD)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는 mRNA 전달체 ‘리포플렉스(Lipoplex)’를 개발했다. 리포플렉스는 LNP 대신 리포좀 기반 mRNA 전달체로, 차백신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TLR2 기반의 면역증강제가 첨가됐다. 리포좀은 동결건조가 가능해 콜드체인 대신 상온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다.
제11회 국제 mRNA 헬스 콘퍼런스에서 포스터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피부암을 이식한 마우스 모델에 mRNA-리포플렉스 백신을 투여했을 때 21일차에서 mRNA를 단독 투여한 대조군 대비 종양 성장이 41% 억제됐다. LNP 사용 시 나타나는 간독성이나 다른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이런 안정성과 전달력, 면역 증가효능 등을 활용해 항암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염병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일본뇌염과 라싸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신종 선별 풍토성 감염병 백신 개발 과제에 선정돼 최대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mRNA 백신·치료제 개발은 아직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모더나의 경우 현재 호흡기질환, 암, 희귀질환을 포함한 49개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이 가운데 9개는 후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