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
물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지금과 같은 저금리를 유지하려 한다면 일본 내에서 저금리 예금을 해지하고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상품으로 돈이 쏠리는 매점매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켜 뒤늦게 이를 제어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렇듯 과도한 엔화 약세에 실제 일본 당국과 중앙은행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엔 약세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 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외환시장 개입이다. 엔 약세와 달러 강세를 기대하면서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투기 세력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당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게 되면 달러 공급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되는 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반대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엔 약세를 일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외환 시장에 대한 특정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되는 셈인데, 미국과 같은 주요국들은 이런 개입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환율 보고서에서 일본은 두 차례 연속으로 관찰 대상국으로 지목된 바 있다. 엔 약세를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데, 이를 계속해서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두번째 방법으로 거론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본의 금리 인상이다. 최근 엔화 약세는 지난 30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버린 미국 금리와 여전히 전 세계 최저 수준에 가까운 일본의 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는 데 기인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자국의 금리를 빠르게 인상해서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힐 수 있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빠른 금리 인상 역시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일본의 국가 부채가 워낙 높은 수준이기에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일본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일본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바,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에 익숙한 일본 경제에 빠른 금리 인상이 가져다 줄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두 번째 방법을 택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한다.
여기서 마지막 방법이 거론될 수 있는데, 바로 미국의 과감한 금리 인하가 그것이다. 일본이 부담스러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좁혀질 수 있고, 이는 엔화의 일방적인 약세를 제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하는 일본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자국의 물가 및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서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옵션이기에 그 시기를 임의로 예단하기 쉽지 않다. 또한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인하의 속도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느리다면 미국과 일본의 가시적인 금리 차이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이는 엔 약세의 빠른 개선을 어렵게 한다.
엔 약세를 제어하는 방법은 있지만, 모든 방법이 나름의 부담 요인을 갖고 있다. 이 사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기에 일본 정부 및 중앙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