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규모 차이가 격차로 이어져
美 정부의 中 견제 움직임 커져
관세 부과부터 입항 금지까지 검토
“리스크 최소화 위해 중국산 꺼려할 것”
올 1분기 중국과 비등한 선박 수주율을 기록했던 국내 조선사들이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압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중 갈등 지속으로 중국 조선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 의지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점유율 역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선박 수주량 중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비율은 25%, 약 594만 표준환산톤수(CGT)로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조선사들은 64%(1540만CGT)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만 해도 국내 조선사들은 449만CGT를 수주하며 490만CGT를 수주한 중국 조선사들과 비등한 수주량을 기록했다. 또한, 3년 만에 1분기 126억 달러를 수주한 중국 조선사를 제치고 선박 수주액 1위(136억 달러)를 탈환하는 등 좋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2분기 수주가 부진하며 상반기 종합 중국 조선사들이 양적인 면에서 다시 국내 조선사들을 압도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에는 75개 이상의 조선소가 운영되는 등 생산 규모에서 차이가 큰 만큼, 앞으로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량에서 중국을 앞서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조선업 견제 강화 움직임에 국내 조선사들의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달 그리스에서 열린 조선·해양 전시회인 ‘2024 포시도니아’에서도 확인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시도니아에서 나온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였다”면서 “향후 미국이 자국에 중국산 선박 입항 시 관세를 부과하거나 입항 금지까지 고려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철강노조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업에 불공정 무역 관행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가 조선·해양 산업에서 인위적인 가격 낮추기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조선업 경쟁력이 지속 발전하며 이를 통한 해군 증강에 대한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달 발간한 ‘중국의 해군 구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군함은 234척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중국 해안경비대의 소형 군함 80척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총 219척을 보유한 미국 해군을 추월한 것이다.
중국 군함의 질적인 측면이 미국 군함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군함의 양적 우세 자체를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보고서는 해전 역사에서 해군 규모가 더 큰 국가가 승리한 경우가 28번 중 25번에 달하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이 감소하며 국내 조선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선박에 패널티가 붙을 경우, 신규 발주를 고민 중인 업체들은 리스크 최소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의 발주량 증가 혹은 단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