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 센터(WCC)에서 일본·독일·캐나다·네덜란드·체코 등 7개국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번 순방이 안보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논의와 공조가 핵심 키워드였지만 원전 건설을 위한 수주전, 광물 협력을 위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비롯해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핀란드 정상과 연이어 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첫 회담국인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북러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체결을 통한 군사·경제협력 강화에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 두 정상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러의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단호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딕 스코프 신임 네덜란드 총리와도 북한의 비핵화와 러북 협력 대응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 경제적 밀착을 가속화하는 움직임이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결코 북대서양의 안보와 동북아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우방국들과 단합된 대응으로 확인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우리 양 정상이 견고한 신뢰 관계와 전략적인 문제 인식에 공유하면서 이렇게 긴밀히 논의·공조하는 것은 뜻깊다"며 "미국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체코가 추진 중인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체코의 신규 원전 4기 건설은 이달 중 입찰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2개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대통령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이날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하므로 대한민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다"며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또 한 번의 쾌거를 만들기 위해 팀코리아를 구성해 긴밀히 대응해 왔다"고 부연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수석은 "지난해 1월 스웨덴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100만t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핵심 광물의 새로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스웨덴 수교 6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원전, 방산, 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정상회담 개최도 추진 중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관련 미국 백악관과 대통령실이 잠시라도 만나 이야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